데브시스터즈 적자 전환·전사 희망퇴직: 오븐스매시 실패가 만든 분기점
데브시스터즈가 2026년 1분기 영업손실 174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매출 34% 급감과 신작 오븐스매시 부진이 겹쳤다. 회사는 전사 희망퇴직과 임원 무보수 경영을 동시에 발표했다.
데브시스터즈가 5월 11일 2026년 1분기 실적을 공시했다. 매출 585억 원, 영업손실 174억 원, 당기순손실 151억 원. 전년 동기 영업이익 94억 원 흑자에서 단숨에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 감소율은 34.4%로 평범한 부진이 아니다. 한때 분기 매출 천억 원을 찍던 회사가 5년 만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분기를 마주했다.
회사는 같은 날 전사 대상 희망퇴직, 대표 무보수 경영, 임원 보수 삭감을 한꺼번에 발표했다. 라이브 게임 한 IP로 버텨온 회사가 다음 카드를 절박하게 찾고 있다.
도화선은 3월 출시한 신작 '쿠키런: 오븐스매시'다. 초기 흥행에 실패하면서 신작 매출이 받쳐주지 못했고, 동시에 캐시카우 '쿠키런: 킹덤'의 5주년 업데이트 효과도 기대 이하로 나왔다. 두 라인의 매출 곡선이 한꺼번에 꺾인 결과가 분기 적자다.
매출 34% 급감, 영업이익 94억 흑자에서 174억 적자로
숫자가 차갑다. 매출 585억은 전년 동기 대비 34.4% 감소. 영업이익은 94억 흑자에서 -174억 적자로 268억 원 가까이 빠졌다. 당기순손실 151억까지 더하면 단일 분기 손실 규모가 결코 가볍지 않다.
적자 전환 자체보다 무서운 건 매출 감소 폭이다. 매출이 한 분기에 3분의 1이 사라졌다는 것은 라이브 게임에 기반을 둔 매출 구조에 균열이 갔다는 뜻이다. 신작 한 종이 실패한 결과가 아니라, 캐시카우 게임의 매출 곡선이 함께 꺾인 것이다.
데브시스터즈는 한때 쿠키런: 킹덤으로 분기 천억 매출을 찍던 회사다. 5년 만에 매출 절반에도 못 미치는 분기를 마주한 것은 단순 사이클 문제로 설명되지 않는다.
영업이익 268억 원 스윙은 비용 구조가 짜놓은 그대로 작동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라이브 게임은 매출 변동에 비해 인건비·운영비·마케팅비가 상대적으로 고정적이다. 매출 곡선이 가파르게 떨어지면 영업이익은 그보다 더 가파르게 떨어진다. 같은 날 발표한 비상 경영 패키지가 회사의 단기 판단을 그대로 보여준다.
도화선은 3월 신작 오븐스매시 — 초기 흥행 실패
적자의 직격탄은 3월 출시한 '쿠키런: 오븐스매시'다. 회사가 IP 확장 카드로 꺼낸 신작이었지만, 초기 흥행에서 시장 안착에 실패했다. 데일리안과 ZDNet Korea는 '신작 부진이 1분기 실적 악화의 핵심 원인'이라고 직접 명시했다.
오븐스매시는 쿠키런 IP를 액션 장르로 확장하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IP 인지도만으로 액션 게임 시장의 진입 장벽을 넘기엔 부족했다. 액션 장르는 캐주얼 RPG보다 핵심 유저층이 두텁고 진입 게이트가 좁다. 마케팅 비용을 선집행한 만큼 초기 매출이 받쳐주지 못하면 적자 폭은 그대로 회계 분기에 찍힌다.
같은 IP를 다른 장르로 확장하는 전략은 일반적이지만, 매출이 받쳐주지 않으면 곧장 IP 피로감 논의로 이어진다. 오븐스매시의 부진이 단순 신작 실패가 아니라 IP 확장 전략 자체에 대한 시장 의문으로 번지면, 후속 작품 기대치까지 영향을 받는다.
킹덤 5주년 효과도 기대 이하 — 캐시카우의 노화
신작만의 문제가 아니다. 회사 캐시카우인 '쿠키런: 킹덤'의 5주년 업데이트 효과도 기대치를 밑돌았다. 라이브 게임에서 5주년은 매출을 끌어올리는 마지막 큰 카드 중 하나로 통한다. 그 카드가 안 통한 것이다.
5년 차 라이브 게임의 노화는 일반적이다. 신규 유저 유입은 줄고, 잔존 유저의 결제 단가는 한계에 부딪힌다.
5주년 업데이트는 이 곡선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리는 부스터인데, 이번엔 그 부스터가 작동하지 않았다. 매출 34% 급감이 단일 신작 실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여기서 나온다. 킹덤이 받쳐줘야 신작 실패를 흡수할 수 있는데, 두 게임이 동시에 흔들리면 분기 매출 구조가 통째로 무너진다.
5주년 업데이트의 부진은 콘텐츠 자체보다 유저 베이스의 자연 감소가 누적된 결과로 해석된다. 캐릭터, 스토리, PvP 콘텐츠를 묶은 대형 업데이트를 진행해도 활성 유저 수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으면 매출 곡선은 그대로 평평하다.
라이브 게임 5주년이 안 통하면 6주년·7주년에서 끌어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 신규 유입이 끊긴 라이브 게임은 시간이 갈수록 잔존 유저 ARPU에 의존하게 되고, 그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다음 부스터의 효과는 점점 줄어든다.
대표 무보수·임원 보수 삭감·전사 희망퇴직 동시 발표
5월 11일 발표된 비상 경영 조치는 강도가 세다. 첫째, 조길현 대표와 이지훈·김종흔 이사회 공동의장이 무보수 경영에 들어간다. 둘째, 주요 임원 보수를 삭감한다. 셋째,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셋이 한꺼번에 묶여 나온 게 의미심장하다. 대표 무보수는 상징적 시그널이고, 임원 보수 삭감은 비용 절감이며, 희망퇴직은 인건비 구조를 줄이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다. 회사가 동시에 꺼낼 수 있는 카드를 한 번에 꺼냈다. 희망퇴직 규모와 조건은 보도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사 대상'이라는 표현이 그대로 들어간 점으로 미루어 특정 부서·직군에 한정되지 않은 광범위한 프로그램으로 풀이된다.
무보수 경영은 형태상 상징적 조치지만, 시장 신호로는 무겁다. 대표가 무보수로 들어간 회사가 단기간에 정상 보수로 복귀하기는 쉽지 않다. 회사 정상화 시점에 대한 내부 기대치를 시장에 그대로 노출한 셈이다.
채용 동결·전환배치·포트폴리오 재검토까지
인사 조치만이 아니다. 필수 직무 외 신규 채용 일시 동결이 같이 들어갔다. 내부 인력 전환배치를 통해 줄어든 인력을 재배치하고, 포트폴리오 전면 재검토와 비용관리 TF를 동시 가동한다.
포트폴리오 재검토는 가장 무거운 카드다. 진행 중이거나 검토 중인 프로젝트를 다시 한 줄로 세우고, 우선순위에서 밀린 타이틀은 축소·중단될 수 있다. 신작 라인업이 바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비용관리 TF는 단기 비용 절감 외에도, 외주·마케팅·운영비처럼 가변 비용 항목을 다시 짜는 작업을 맡는다. 인건비를 줄여도 마케팅과 외주비가 그대로면 분기 흑자 전환이 어렵기에, 회사가 매출 회복 외에 비용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비용 구조 재설계는 회복 속도에도 직접 영향을 준다. 매출이 회복돼도 비용 구조가 그대로면 흑자 폭이 작다. 반대로 비용을 미리 줄여놓으면 매출이 평탄하게 회복돼도 흑자 전환 속도가 빨라진다. 회사가 의도하는 그림이 여기다.
마지막 카드는 3분기 — 크럼블·카드 컬렉션이 분기점
반등 시나리오는 하반기에 걸려 있다. 데브시스터즈는 3분기에 '쿠키런: 크럼블'과 '쿠키런 카드 컬렉션' 두 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두 게임 모두 쿠키런 IP 확장 라인이지만 장르가 달라, 크럼블은 캐주얼 액션, 카드 컬렉션은 수집형 카드 게임으로 각각 다른 유저층을 겨냥한다.
한 번 실패한 IP 확장 전략을 다시 시도하는 셈인데, 이번엔 두 종을 거의 동시에 풀어 위험을 분산하는 구조다. 한 종이 부진해도 다른 한 종이 받쳐주길 기대하는 그림이다.
관건은 두 신작의 합산 매출이 분기 200억 원 이상을 만들어주느냐다. 그 수준이 받쳐줘야 킹덤의 매출 곡선과 함께 분기 흑자 전환이 가능해진다. 비용 구조를 줄이고 신작이 받쳐주면 회생, 신작도 흔들리면 비상 경영의 강도는 더 올라간다.
두 신작 모두 마케팅 비용을 다시 선집행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1분기에 오븐스매시로 마케팅 비용을 한 번 태운 회사가 같은 해 하반기에 두 종을 동시에 마케팅하기는 쉽지 않다. 마케팅 효율 자체가 시험대에 올라가는 분기다.
크럼블과 카드 컬렉션이 받쳐주면 IP 분산 전략이 자리를 잡고, 흔들리면 단일 IP 회사라는 한계가 그대로 굳어진다. 비상 경영의 카드가 모두 풀린 상태에서 회사가 매출로 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