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챠 시스템 1부: 가챠의 기원과 역사

지식

가챠는 어디서 시작됐을까. 일본 캡슐 자판기에서 모바일 게임의 핵심 수익 모델로 진화하기까지. 2012년 퍼즐앤드래곤의 대중화, 컴플리트 가챠 금지, 그랑블루 안칠라 사건까지 가챠 시스템의 역사를 정리한다.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가챠'는 핵심 수익 모델이다. 랜덤으로 캐릭터나 아이템을 뽑는 이 시스템은 일본의 캡슐 자판기 '가샤폰'에서 이름을 따왔다. 100엔을 넣고 돌리면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그 설렘과 조바심이, 디지털 세계에서 수조 원 규모의 시장을 만들어냈다.

가샤폰에서 디지털로

일본 가샤폰 캡슐 자판기 아키하바라
일본 아키하바라의 가샤폰 자판기

가샤폰은 1960년대 일본에서 시작됐다. 동전을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플라스틱 캡슐에 담긴 장난감이 나온다. 무엇이 나올지 모른다는 점이 핵심이다. 수집 욕구를 자극하고, '다음엔 원하는 게 나올지도'라는 기대감을 만든다.

2000년대 초반, 일본의 피처폰 게임들이 이 개념을 디지털로 옮겼다. 돈을 내고 랜덤으로 캐릭터나 아이템을 뽑는 가챠 시스템이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때까지 가챠는 일부 게임의 부가 수익원이었다. 메인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은 건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다.

퍼즐앤드래곤: 가챠의 대중화 (2012)

퍼즐앤드래곤 게임 이미지
퍼즐앤드래곤 - 가챠 시스템을 대중화시킨 게임

2012년, 겅호(GungHo)의 퍼즐앤드래곤이 모든 것을 바꿨다. 퍼즐 게임과 캐릭터 수집을 결합한 이 게임에서 핵심은 '마법의 돌'을 사용한 가챠였다. 높은 등급의 캐릭터일수록 확률이 낮았고, 게임은 전례 없는 매출을 기록했다.

2013년, 퍼즐앤드래곤은 일본 앱스토어 매출 1위를 장기간 유지하며 '가챠 = 수익'이라는 공식을 증명했다. 월 매출 1억 달러를 돌파한 최초의 모바일 게임이 됐다. 이후 수많은 게임사가 이 모델을 따라갔고, 가챠는 모바일 게임의 표준 수익 모델로 자리 잡았다.

컴플리트 가챠의 등장과 금지 (2012)

몬스터 스트라이크 게임 이미지
몬스터 스트라이크 - 퍼즐앤드래곤과 함께 정상을 다투었던 가챠 게임

가챠가 대중화되던 같은 해, 일본에서는 '컴플리트 가챠'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컴플리트 가챠(콤프 가챠)란 여러 아이템을 모두 수집해야 특별 보상을 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A~E 5종류의 카드를 모두 모으면 S급 레어 카드를 준다고 하자. 처음 4장은 비교적 쉽게 모이지만, 마지막 1장은 확률적으로 점점 나오기 어려워진다. 이른바 '쿠폰 수집가 문제(Coupon Collector's Problem)'로, 수학적으로 전체 수집에 필요한 기대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실제로 컴플리트 가챠에 수백만 엔을 쓴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 2012년 5월, 일본 소비자청은 컴플리트 가챠를 경품표시법 위반으로 규정했다. 사실상 도박에 가깝다는 판단이었다.

이 규제 이후 컴플리트 가챠는 일본 시장에서 사라졌고, 단일 아이템을 뽑는 현재의 가챠 형태가 주류가 됐다. 하지만 가챠 자체가 금지된 것은 아니었다. 업계는 규제의 빈틈을 찾아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했다.

안칠라 사건과 천장제의 탄생 (2016)

그랑블루 판타지 게임 이미지
그랑블루 판타지 - 천장(스파크) 시스템의 원조

2016년 초, 일본 게임 업계를 뒤흔든 사건이 발생했다. Cygames의 그랑블루 판타지에서 한 유저가 픽업 캐릭터 '안칠라'를 뽑기 위해 약 70만 엔(당시 약 700만 원)을 썼지만 결국 뽑지 못했다. 이 유저는 자신의 뽑기 과정을 생방송으로 중계했고, 실패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공개됐다.

이 사연이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면서 엄청난 논란이 일었다. 확률 조작 의혹, 사행성 논란, 심지어 정부 규제 요구까지 터져 나왔다. 그랑블루 판타지 측은 확률 조작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Cygames는 '스파크' 시스템을 도입했다. 300회 뽑기를 하면 원하는 캐릭터를 교환할 수 있는 장치였다. 뽑기를 할 때마다 포인트가 쌓이고, 300연차를 채우면 그 포인트로 원하는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다.

이것이 현재 대부분의 게임이 채택하고 있는 '천장(Pity)' 시스템의 시초다.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천장'에서 확정 보상이 떨어진다는 의미에서 이름 붙여졌다. 안칠라 사건 이후 천장 시스템은 업계 표준이 됐고, 이를 도입하지 않은 게임은 '악덕 가챠'로 비판받게 됐다.

천장 vs 마일리지: 진화하는 안전장치

원신 Genshin Impact 게임 이미지
원신 - 천장 시스템의 대표 게임

천장 시스템은 이후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크게 '천장'과 '마일리지' 두 가지로 나뉜다.

천장 시스템은 N연차 안에서 최고 등급이 '뽑힌다'. 운이 좋으면 10연차에 나올 수도 있다. 원신이 대표적인데, 90연차가 천장이지만 평균 75~80연차에서 5성이 나온다. 74연차부터 확률이 급상승하는 '확률 보정' 시스템 덕분이다.

마일리지 시스템은 정확히 N연차를 채워야 '교환'할 수 있다. 그 전에 운 좋게 뽑히면 마일리지는 다음 캐릭터를 위해 저축된다. 니케가 이 방식인데, 200연차 전에 픽업을 뽑아도 마일리지는 계속 쌓여서 다음에 쓸 수 있다.

결론적으로 운이 좋을 때는 천장이, 운이 나쁠 때는 마일리지가 유리하다. 다만 블루아카이브처럼 마일리지가 배너 종료 시 소멸하는 경우도 있어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

마치며: 10년의 진화

2012년 퍼즐앤드래곤에서 대중화된 가챠 시스템은 10년 넘게 진화를 거듭해왔다. 컴플리트 가챠 금지, 천장제 도입, 확률 공개 의무화 등 규제와 유저 요구에 따라 점점 투명해지고 있다.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가챠는 여전히 확률 게임이고, 게임사의 핵심 수익원이다. 그리고 이 시스템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각국 정부의 고민도 계속되고 있다. 2부에서는 일본, 한국, 중국, 유럽 등 각국의 가챠 규제 현황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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