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리셔와 개발사, 게임 산업의 두 축

비즈니스

퍼블리셔는 자금과 마케팅을, 개발사는 게임 제작을 담당한다. MG, 로열티, IP 소유권 등 계약 구조와 셀프 퍼블리싱의 장단점까지, 게임 비즈니스의 핵심 관계를 정리했다.

게임 산업에서 퍼블리셔와 개발사는 각자 다른 역할을 맡는다. 개발사가 게임을 만들면, 퍼블리셔가 자금을 대고 세상에 알리는 구조다. 영화로 치면 제작사와 배급사의 관계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 관계는 단순하지 않다. 계약 조건에 따라 개발사의 운명이 갈리기도 한다.

퍼블리셔의 역할, 게임을 세상에 내놓는 일

EA Ubisoft Activision 등 글로벌 게임 퍼블리셔 로고
EA, Ubisoft, Activision 등 주요 게임 퍼블리셔

퍼블리셔의 핵심 역할은 '유통'이다. 게임을 플랫폼에 등록하고, 마케팅을 진행하며, 소비자에게 도달시키는 모든 과정을 담당한다. 스팀, 플레이스토어, 앱스토어, 콘솔 스토어 등 각 플랫폼과의 관계를 이미 구축해둔 퍼블리셔는 개발사 단독으로는 얻기 어려운 노출 기회를 제공한다.

자금 지원도 중요한 역할이다. 개발 비용을 선지급(MG)하거나 마케팅 예산을 투입해 개발사의 재정 부담을 덜어준다. 대형 퍼블리셔는 수백억 원 규모의 마케팅을 집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금이 충분한 대형 개발사도 글로벌 서비스를 위해 현지 퍼블리셔를 선택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넥슨의 블루 아카이브다. 넥슨이 직접 개발했지만, 일본 서비스는 현지화에 강한 Yostar에 맡겼다. 엔씨소프트의 TL(쓰론 앤 리버티)도 마찬가지다. 북미와 유럽 시장은 아마존 게임즈가 퍼블리싱한다. 로컬라이징과 현지 운영 노하우, 그리고 해당 시장에서의 유통망이 자금보다 중요할 때가 많다.

QA(품질 보증), 현지화, 고객 지원 등 개발 외적인 업무도 퍼블리셔의 몫이다. 글로벌 출시를 목표로 한다면 각 지역의 언어, 문화, 법률에 맞는 현지화 작업이 필수인데, 이는 개발사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개발사의 역할, 게임을 만드는 일

Tencent 게임 투자 포트폴리오 인포그래픽
텐센트가 투자하거나 소유한 글로벌 게임사들

개발사는 게임의 크리에이티브를 담당한다. 기획, 프로그래밍, 아트, 사운드 등 게임을 실제로 만드는 모든 작업이 개발사의 영역이다. 퍼블리셔가 아무리 좋은 마케팅을 해도, 게임 자체가 재미없으면 의미가 없다.

개발사는 게임의 '비전'을 책임진다. 어떤 장르로, 어떤 아트 스타일로, 어떤 게임플레이를 제공할지는 개발사가 결정한다. 퍼블리셔가 방향에 의견을 내더라도, 최종적인 크리에이티브 결정권은 대부분 개발사에 있다.

다만 계약에 따라 이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 퍼블리셔가 IP를 소유하는 경우, 개발사는 '하청'에 가까운 위치가 되기도 한다. 반대로 개발사가 IP를 보유하면 협상력이 높아진다.

계약 구조, MG와 로열티

게임 개발 퍼블리싱 계약서 샘플
게임 퍼블리싱 계약서 예시

게임 퍼블리싱 계약의 핵심은 '돈'이다. 크게 MG(Minimum Guarantee, 최소 보장금)와 RS(Revenue Share, 수익 분배)로 나뉜다. MG는 퍼블리셔가 개발사에 선지급하는 금액으로, 게임 출시 전 개발 자금으로 쓰인다.

RS는 게임 출시 후 발생하는 매출을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나누는 비율이다. 비율은 천차만별이다. 소규모 퍼블리셔는 개발사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S급 대형 퍼블리셔의 경우 개발사보다 훨씬 많은 몫을 가져가는 경우도 흔하다. 퍼블리셔의 브랜드 파워와 마케팅 역량이 그만큼 가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MG가 '선불'이 아니라 '어드밴스'라는 점이다. 게임 매출에서 MG를 먼저 회수한 뒤에야 개발사에 RS가 지급된다. MG가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 회수 조건과 RS 비율을 함께 봐야 한다.

셀프 퍼블리싱 vs 퍼블리셔 계약

주요 게임 퍼블리셔 로고 모음
다양한 게임 퍼블리셔들

셀프 퍼블리싱은 개발사가 직접 유통까지 담당하는 방식이다. 스팀 다이렉트, 앱스토어 등 플랫폼이 개인 개발자에게도 문을 열면서 가능해졌다. 최대 장점은 수익을 100% 가져간다는 점이다. 플랫폼 수수료(보통 30%)만 제외하면 전부 개발사 몫이다.

하지만 마케팅, QA, 현지화, 고객 지원을 모두 직접 해야 한다. 게임 개발만 해도 벅찬데, 비즈니스까지 신경 쓰면 번아웃이 오기 쉽다. 실제로 스팀에는 매년 수만 개의 게임이 출시되지만, 대부분은 묻힌다.

퍼블리셔 계약은 수익을 나누는 대신 리스크도 나눈다. 마케팅 실패, 출시 지연 등의 부담을 퍼블리셔가 일부 떠안는다. 자금력만 보고 퍼블리셔를 선택하는 건 위험하다. 해당 지역의 로컬라이징 노하우, 라이브 서비스 운영 경험, 유저 커뮤니티 관리 역량 등이 더 중요할 수 있다. 특히 첫 작품이라면 퍼블리셔의 경험과 네트워크가 큰 도움이 된다.

계약 시 주의사항

PlayStation 클래식 IP 게임 프랜차이즈 모음
플레이스테이션의 대표 IP 프랜차이즈들

가장 중요한 건 IP(지적재산권) 소유권이다. 퍼블리싱 계약은 본질적으로 '판권'을 사는 구조다. 퍼블리셔가 특정 지역이나 플랫폼의 판권을 사면, 해당 범위 내에서는 퍼블리셔가 게임의 주인이 된다. 게임이 대박 나도 속편이나 스핀오프 권한이 개발사에 없을 수 있다. 계약 전 판권의 범위(지역, 플랫폼, 기간)를 명확히 해야 한다.

계약 기간과 독점 조항도 꼼꼼히 봐야 한다. '영구 독점'이나 '전 세계 독점'은 개발사에 불리할 수 있다. 지역별, 플랫폼별로 나눠서 계약하는 것도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감사권(Audit Right)'을 확보해야 한다. 퍼블리셔가 매출을 정확히 보고하는지 확인할 권리다. 이 조항 없이 계약하면, 수익이 제대로 정산되는지 알 방법이 없다.

마치며

퍼블리셔와 개발사의 관계는 협력이자 거래다. 좋은 파트너를 만나면 시너지가 나지만, 잘못된 계약은 개발사의 미래를 갉아먹는다. 핵심은 협상력이다. 게임의 완성도가 높고 시장성이 있다면 개발사의 협상력도 올라간다. 반대로 자금이 급하면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반드시 전문가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