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AI 사용 논란 총정리 - 클레르 옵스퀴르 수상 박탈부터 한국 게임계까지
TGA 9관왕 클레르 옵스퀴르가 AI 사용으로 인디게임어워드 수상을 박탈당했다. 개발사는 효율을, 게이머는 창작의 순수성을 주장하며 충돌 중이다. 게임계가 마주한 AI 딜레마를 진단한다.
클레르 옵스퀴르 수상 박탈 - 게임업계를 뒤흔든 사건
2025년 연말, 게임업계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더 게임 어워드(TGA)에서 9관왕을 휩쓸며 당해 최고의 게임으로 꼽힌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가 인디게임어워드(IGA) 수상을 전격 박탈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 '개발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사용했다'는 점이었다. 이 사건은 잠재되어 있던 '게임 개발 내 AI 도입'에 대한 찬반 논쟁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되었다.
AI 사용 논란의 시작 - 인터뷰 한 마디가 화근
프랑스 개발사 샌드폴 인터랙티브의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는 2025년 가장 빛나는 RPG였다. 독창적인 턴제 전투 시스템과 수려한 비주얼 아트는 전 세계 게이머를 매료시켰다.
그러나 영광은 짧았다. 게임 프로듀서 프랑수아 뫼리스가 스페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게임 개발에 AI를 활용하지만, 비중은 크지 않다"고 무심코 던진 말이 화근이 되었다.
문제는 IGA의 규정이었다. IGA는 'AI를 활용해 개발한 게임의 후보 등록을 불허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었고, 샌드폴 측은 후보 등록 당시 'AI 미사용' 조항에 서명한 상태였다. 결국 IGA 측은 "AI 사용은 인디 게임이 추구하는 창작의 순수성을 해친다"며 수상을 즉각 취소했다.
해외 게임 AI 논란 사례 - Arc Raiders와 Hotel Barcelona
논란은 비단 '클레르 옵스퀴르'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Arc Raiders (엠바크 스튜디오): 2025년 10월 출시된 이 게임은 AI 음성 사용이 발각되며 홍역을 치렀다. 개발사는 "실제 성우의 목소리를 녹음한 뒤 AI 학습을 통해 추가 대사를 생성한 것"이라며 효율성을 강조했지만, 성우들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비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Hotel Barcelona (Suda51 x Swery): 게임 내 VHS 로고와 일부 음성에 AI가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자 개발사는 즉각 고개를 숙였다. 이들은 1.0.5 패치를 통해 모든 AI 에셋을 제거하며 "창작자의 직업을 위협하거나 비윤리적인 AI 사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한국 게임계 AI 전환 - 크래프톤과 시프트업의 선택
해외가 윤리적 논쟁에 휩싸여 있다면, 한국 대형 게임사들은 '산업적 효율'에 방점을 찍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크래프톤: 'AI 중심 조직'으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파격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전 직원에게 최대 3년 치 연봉을 조건으로 자발적 퇴직(리텐션)을 제안한 것은 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는 "한 사람이 100인분의 일을 할 수 있는 시대"라며 AI의 효용성을 역설했다. 실제로 자사 게임 홍보물에 AI를 적극 활용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넥슨 & 엔씨소프트: 별도의 AI 전담 조직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넥슨 관계자가 "게임 개발 프로세스는 이미 AI에 의해 재편되고 있다"고 언급할 정도로, 2026년 한국 게임계의 화두는 단연 'AI 전환'이다.
서브컬처 팬덤의 AI 반대 - 영혼 없는 그림 거부
유저, 특히 서브컬처(Subculture) 장르 팬들의 반감은 맹렬하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하는 장르 특성상, AI 창작물은 '영혼이 결여된 데이터 쪼가리'로 취급받는다.
스마일게이트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600억 대작임에도 출시 직후 일러스트의 손가락 개수 오류 등 'AI 흔적'이 발견되자 맹비난을 받았다. 개발진이 "AI를 쓰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한번 훼손된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커뮤니티의 불문율: 주요 서브컬처 커뮤니티에서는 AI 이미지를 업로드할 경우 즉시 영구 차단 조치를 내린다. "AI를 쓰는 일러스트레이터는 작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암묵적 합의가 형성될 정도로 거부감이 극에 달해 있다.
스팀 vs 에픽게임즈 - 플랫폼의 엇갈린 AI 정책
유통 플랫폼의 대응도 제각각이다.
스팀 (Valve): "투명성"을 택했다. 게임 개발 과정이나 콘텐츠에 AI를 사용했다면 이를 상점 페이지에 명시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의무화했다.
에픽게임즈 (Epic Games): 팀 스위니 CEO는 정반대다. 그는 스팀의 정책을 비판하며 "AI는 미래의 핵심 제작 도구다. 이를 막거나 구분 짓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전면적인 개방 의사를 밝혔다.
게임 AI 사용 현황 - 이미 변해버린 개발 현장
논란과 별개로 개발 현장의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구글 클라우드 설문 결과 글로벌 개발자의 87%가 이미 AI를 사용 중이라고 답했고,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서도 국내 게임사의 40% 이상이 AI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디게임협회가 '한국인공지능게임협회'로 간판을 바꿔 달았고, 포토샵의 '생성형 채우기'나 코딩 툴 '코파일럿'은 이미 필수 도구가 되었다. 어디까지가 순수 창작이고 어디부터가 AI의 영역인지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시점이다.
마치며 - 트론의 CG 논쟁이 남긴 교훈
1982년, 영화 <트론>이 최초로 CG를 전면 도입했을 때 아카데미 시상식은 "컴퓨터로 만든 것은 예술이 아니다"라며 시각효과상 후보 지명조차 거부했다. 하지만 오늘날 CG 없는 영화 산업은 상상할 수 없다.
지금 게임계가 겪는 진통은 그때와 닮았다. 일부 게이머들은 AI 사용 표기 의무화와 불매 운동을 외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논란의 중심인 '클레르 옵스퀴르'는 500만 장 이상 판매되었고, 'Arc Raiders' 역시 흥행 순항 중이다.
결국 최종 심판관은 게이머다. "AI로 만들었느냐"는 과정의 윤리성도 중요하지만, 대다수의 대중은 '그래서 재미있는가?'라는 결과물에 지갑을 연다. 효율을 좇는 개발사와 감성을 요구하는 유저 사이, 게임업계는 지금 거대한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정보 출처
- Steamworks - Steamworks Development - AI Content on Steam
- The Verge - Valve opens the door to more Steam games developed with AI
- The Verge - Valve won't approve Steam games that use copyright-infringing AI artwork
- TechCrunch - Valve responds to claims it has banned AI-generated games from Steam
- PC Gamer - Steam updates AI disclosure f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