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box 단계적 폐기 논란, 공동 창업자가 말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집착
Xbox 공동 창업자 시머스 블랙리가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 단계적 폐기를 공개 경고했다. 필 스펜서 은퇴, AI 출신 신임 CEO 취임, 독점작 멀티플랫폼 전환까지 이어지는 Xbox의 위기를 짚어본다.
Xbox 공동 창업자 시머스 블랙리가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 사업에 대해 전례 없이 강한 경고를 던졌다. 그는 게임즈비트와의 인터뷰에서 "Xbox는 단계적으로 폐기되고 있다"고 단언하며, AI 중심으로 급선회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이밍 사업을 서서히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필 스펜서의 전격 은퇴, AI 출신 인사의 게이밍 수장 취임, 독점작의 연쇄적인 멀티플랫폼 전환까지, Xbox를 둘러싼 일련의 변화는 단순한 전략 조정이 아닌 근본적 방향 전환으로 읽힌다.
1. Xbox 공동 창업자의 경고: "조용히 밤 속으로 미끄러뜨리고 있다"
시머스 블랙리는 2001년 초대 Xbox 출시를 이끈 핵심 인물이다. 그가 25년이 지난 지금 자신이 만든 브랜드의 소멸을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블랙리는 게임즈비트 인터뷰에서 "Xbox는 핵심 AI 사업이 아닌 많은 사업들과 마찬가지로 단계적으로 폐기되고 있다"며 "그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지만,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특히 신임 게이밍 CEO 아샤 샤르마에 대해서는 "Xbox를 조용히 밤 속으로 미끄러뜨리는 완화의료 전문의 역할이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비유를 사용했다. 또한 사티아 나델라 CEO에 대해서는 "생성형 AI라는 망치를 들고 모든 문제가 못이라고 보고 있다"며 "검증된 거대한 사업을 불확실한 사업의 전략에 종속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2. 리더십 대격변: AI 임원이 게이밍 수장으로
2026년 2월 20일, 마이크로소프트 게이밍 부문에서 전례 없는 리더십 교체가 단행됐다. 38년간 마이크로소프트에 몸담으며 12년간 Xbox를 이끌어온 필 스펜서가 은퇴를 선언했다. 불과 수개월 전 "곧 은퇴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을 뒤집은 결정이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유력 후계자로 꼽히던 사라 본드 Xbox 사장 겸 COO의 퇴사였다. 블랙리는 본드에 대해 "가장 안타까운 사람"이라며 "리더십 관점에서 매우 유능했고, 실제 게이머였다"고 평가했다.
그 자리를 채운 인물은 아샤 샤르마다. 그는 게임 업계가 아닌 CoreAI 제품 총괄 출신으로, 게이밍 EVP 겸 CEO로 임명됐다. 패스트컴퍼니는 이를 "마이크로소프트가 Xbox의 열쇠를 AI 임원에게 넘겼다"고 표현했다. 블랙리는 "게임을 누구에게 맡기겠나? 게임 사람에게? 아니다"라며 이 인사의 본질을 꼬집었다. 게임 스튜디오 총괄은 맷 부티가 EVP 겸 CCO로 맡게 됐지만, 최고 의사결정권은 AI 출신 CEO에게 있다.
3. 독점작 해체: 헤일로마저 PS5로
Xbox의 정체성을 규정하던 독점작 전략은 사실상 해체됐다. 사라 본드는 독점이라는 개념 자체를 "구시대적(antiquated)"이라고 표현한 바 있으며, 이 철학은 행동으로 옮겨졌다. 둠: 더 다크 에이지스, 헬블레이드 2, 포르자 호라이즌 5, 인디아나 존스,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2024, 오블리비언 리마스터드, 기어스 오브 워 리로디드 등이 PS5로 이식됐거나 이식이 확정됐다.
결정적으로 헤일로: 캠페인 이볼브드의 PS5 출시가 확정되면서 프랜차이즈 최초의 플레이스테이션 진출이 이뤄졌다. IGN은 이를 "Xbox 독점의 관 뚜껑에 마지막 못을 박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타필드 역시 2026년 PS5 출시가 예정돼 있어, Xbox만을 위해 콘솔을 구매할 이유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4. 수치로 보는 Xbox의 위기: 하드웨어 판매 70% 급감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2025년 Xbox Series S/X는 약 170만 대가 판매됐다. 같은 해 닌텐도 스위치 2가 1,036만 대, PS5가 920만 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격차다. 2025년 11월에는 Xbox 하드웨어 판매가 전년 대비 70% 급감했으며, 하드웨어 매출은 2년 연속 약 30%씩 감소하고 있다. CNBC는 이를 두고 "Xbox가 콘솔 경쟁에서 수 마일 뒤처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재무 실적도 우울하다. 2026 회계연도 2분기 게이밍 매출은 약 9.5% 감소했다. 게임패스는 3,400만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지만, 얼티밋 요금제 가격이 19.99달러에서 29.99달러로 50% 인상됐고, 30%의 이익률 목표가 부과됐다. 2022년 기준 12%였던 이익률을 두 배 이상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콘솔 하드웨어 가격도 2025년에만 두 차례 인상돼 시리즈 S는 299달러에서 399달러로, 시리즈 X는 499달러에서 649달러로 올랐다.
5. 구조조정의 연쇄: 스튜디오 폐쇄와 대량 해고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이밍 축소는 인력 구조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2024년 1월 게이밍 부문에서 1,900명(전체의 9%)이 해고됐고, 같은 해 9월 추가로 650명이 자리를 잃었다. 베데스다 산하 아케인 오스틴 등 스튜디오가 폐쇄됐으며, 2025년 7월에는 퍼펙트 다크, 에버와일드 등 장기 개발 프로젝트가 취소됐다.
GDC 2026 설문에서 개발자 중 20%만이 Xbox를 우선 플랫폼으로 선택한 것은 이러한 흐름의 결과다. 전 마이크로소프트 총괄 프로듀서 로라 프라이어는 "더 이상 하드웨어 출시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콘솔 생태계에서 개발자 지지를 잃는 것은 사용자 이탈보다 더 치명적인 위기 신호다.
6. 마이크로소프트의 반박: "핵심 팬에게 다시 헌신하겠다"
마이크로소프트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신임 CEO 아샤 샤르마는 취임과 함께 "핵심 Xbox 팬에게 다시 헌신하겠다"고 선언하며 "영혼 없는 AI 슬롭"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티아 나델라 역시 "나는 게이밍에 대해 롱 포지션"이라고 말하며 지속 투자 의지를 내비쳤다. 공식적으로도 "콘솔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으며, 2027년 출시를 목표로 AMD SoC 기반 차세대 Xbox 개발이 진행 중이라는 보도도 있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냉정하다. 포브스의 폴 태시는 "Xbox는 너무 깊은 토끼굴에 빠져서 새 CEO가 크게 바꿀 수 없다"고 분석했다. 말과 행동의 괴리가 커질수록, 공식 발표에 대한 신뢰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핵심 독점작을 경쟁사에 넘기면서 동시에 하드웨어 미래를 강조하는 것은 모순으로 읽힌다.
마치며: Xbox의 미래는 콘솔이 아닌 서비스에 있는가
시머스 블랙리의 경고가 과장인지, 예언인지는 시간이 답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Xbox가 창업자가 꿈꾸던 모습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드웨어 판매 급감, 독점작 해체, AI 출신 경영진의 등장은 각각 떼어놓고 보면 합리적 경영 판단일 수 있지만, 모두 합치면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패스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해석은 이미 새롭지 않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Xbox라는 브랜드의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지켜낼 의지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다. 2027년 차세대 콘솔의 등장이 반전의 계기가 될지, 아니면 블랙리의 표현대로 "마지막 인사"가 될지 주목된다.
- GamesBeat - What an Xbox founder thinks of the new Xbox CEO
- Forbes - Xbox Is Too Far Down A Rabbit Hole For Huge Changes Under New CEO
- Fast Company - Microsoft just handed the Xbox keys to an AI exec
- Windows Central - Xbox co-founder questions Microsoft AI pivot
- CNBC - Xbox is losing the console race by miles
- IGN - Halo: Campaign Evolved Is the Final Nail in the Coffin for the Xbox Exclus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