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이크로 공동창업자, 25억 달러 규모 엔비디아 AI 칩 중국 밀반출로 기소

Editor JAI
슈퍼마이크로 공동창업자, 25억 달러 규모 엔비디아 AI 칩 중국 밀반출로 기소

미국 법무부가 슈퍼마이크로 컴퓨터 공동창업자 등 3명을 엔비디아 AI 칩이 탑재된 서버 25억 달러어치를 수출 통제법을 위반하여 중국으로 불법 반출한 혐의로 기소했다. 동남아시아 우회 경로와 더미 서버를 활용한 치밀한 수법이 드러나면서 슈퍼마이크로 주가는 28% 이상 폭락했다.

미국 법무부(DOJ)가 서버 제조업체 슈퍼마이크로 컴퓨터의 공동창업자를 포함한 3명을 엔비디아 AI 칩이 탑재된 서버를 중국으로 불법 반출한 혐의로 기소했다. 미국 남부 뉴욕 연방지검이 3월 19일 공개한 기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총 25억 달러 규모의 서버를 동남아시아 우회 경로를 통해 중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소된 3인은 누구인가

기소 대상은 슈퍼마이크로 공동창업자이자 수석 부사장 겸 이사회 멤버인 이-시안 '월리' 리아우(Yih-Shyan 'Wally' Liaw, 71세), 대만 사무소 영업 관리자 루에이-창 '스티븐' 창(Ruei-Tsang 'Steven' Chang, 53세), 그리고 제3자 브로커 겸 '해결사' 팅-웨이 '윌리' 선(Ting-Wei 'Willy' Sun, 44세)이다. 리아우는 1993년 슈퍼마이크로를 공동 설립한 인물로, 2023년 이사회에 합류했다.

리아우(미국 시민권자)와 선(대만 국적)은 3월 19일 체포되었으며, 창(대만 국적)은 현재 도주 중이다. 3명 모두 수출통제개혁법 위반 공모죄(최대 징역 20년), 밀수 공모죄(최대 5년), 미국 정부 사기 공모죄(최대 5년)로 기소되었다.

슈퍼마이크로 데이터센터 서버 랙 제품군
슈퍼마이크로의 데이터센터 서버 제품군. 이번 사건에서는 엔비디아 GPU가 탑재된 서버가 불법 경로로 중국에 반출되었다.

헤어드라이어로 라벨을 떼어내다

기소장이 밝힌 밀반출 수법은 영화를 방불케 한다. 피고인들은 미국에서 조립된 서버를 대만으로 보낸 뒤, 동남아시아 소재 유령 회사를 거쳐 표식 없는 상자에 재포장하여 최종 목적지인 중국으로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 B200과 H200 GPU가 탑재된 서버가 라이선스 없이 중국에 유입됐다.

감사를 속이기 위한 공작도 치밀했다. 실제 서버가 이미 중국행 선박에 실린 뒤, 창고에 작동하지 않는 '더미 서버'를 배치해 감사관에게 보여주었다. 감시 카메라에는 작업자들이 헤어드라이어로 실제 서버의 라벨과 시리얼 넘버를 제거한 뒤 더미 서버에 붙이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심지어 감사관 한 명은 현장 감사 대신 유령 회사가 제공한 접대를 즐기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고인들의 수법은 시간이 지날수록 대담해졌고, 통제 대상인 미국 AI 기술이 탑재된 대량의 서버가 중국으로 유출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 미국 법무부

5억 1천만 달러가 한 달 반 만에 사라졌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5년 4월부터 5월 중순까지 불과 한 달 반 사이에 5억 1천만 달러 이상의 서버가 중국으로 전환되었다. 누적 규모는 25억 달러에 달한다. 뉴욕 남부지검 제이 클레이턴 연방지검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전환 계획은 수십억 달러의 부당 이득을 창출하고 미국 국가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한다"고 강조했다.

슈퍼마이크로와 엔비디아는 어떻게 대응했나

슈퍼마이크로는 기소장에 피고로 명시되지 않았으며, 수사에 전면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리아우와 창을 즉시 휴직 처분하고, 계약자 선과의 관계를 종료했다. 이후 리아우는 이사회에서도 사임했다. 슈퍼마이크로는 성명을 통해 "기소장에 적시된 개인들의 행위는 회사의 정책과 컴플라이언스 통제에 반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엔비디아 역시 "엄격한 컴플라이언스가 최우선 과제"라며, "통제 대상 미국 컴퓨터를 불법으로 중국에 전환하는 것은 어느 쪽에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 엔비디아는 그러한 시스템에 대해 어떠한 서비스나 지원도 제공하지 않으며, 집행 메커니즘은 엄격하고 효과적이다"라고 밝혔다.

엔비디아 H200 텐서 코어 GPU
이번 밀반출 사건의 핵심인 엔비디아 H200 GPU. 미국은 2022년부터 이 같은 첨단 AI 칩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수출 통제의 허점이 드러나다

미국은 2022년부터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첨단 AI 칩의 중국 수출을 제한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동남아시아를 경유하는 '환적(transshipment)' 경로가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외교협회(CFR)의 크리스 맥과이어 연구원은 이번 기소가 동남아시아를 통한 수출의 "명백한 허점"을 더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025년 7월 보도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수출 통제를 강화한 이후 3개월 동안 중국이 약 10억 달러 규모의 첨단 AI 프로세서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엔비디아의 제한형 H20 칩에 대해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분배하는 조건으로 중국 판매를 허용하는 등, 통제와 개방 사이에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실리콘밸리를 뒤흔든 충격파

이번 기소 소식이 전해지자 슈퍼마이크로 주가는 28% 이상 폭락했다. 리아우는 실리콘밸리에서 잘 알려진 인물로, 엔비디아 GTC 컨퍼런스에서 젠슨 황 CEO가 슈퍼마이크로 부스를 방문해 CEO 찰스 리앙과 악수를 나눌 때 바로 옆에 서 있던 사진이 소셜 미디어에 공유되기도 했다. 체포 불과 며칠 전의 일이다.

AI 칩 수출 통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기술 패권 다툼이 심화되는 가운데, 이번 사건은 하드웨어 공급망의 보안이 소프트웨어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첨단 반도체가 국가 안보의 핵심 자원으로 부상한 시대, 수출 통제 체계의 사각지대를 좁히려는 노력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목록 다음 ›
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