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사이드 프로젝트' 접고 코딩과 기업 시장에 올인 선언
오픈AI가 '사이드 프로젝트' 전략을 폐기하고 코딩+엔터프라이즈에 올인한다. 피지 시모 CEO가 앤트로픽을 'wake-up call'로 지목하며, 9.2억 챗GPT 유저의 고부가 전환을 선언했다. 펄스, 의료 AI, 광고 도구가 중단된다.
오픈AI(OpenAI)가 '모든 걸 동시에 하겠다'는 전략을 공식 폐기했다. 3월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오픈AI 애플리케이션 CEO 피지 시모(Fidji Simo)가 전 직원회의에서 코딩과 엔터프라이즈 시장 집중을 선언했다. 개인비서 서비스 펄스(Pulse), 의료 AI 에이전트, 광고 도구 등 이른바 '사이드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중단된다.
이번 전략 전환의 직접적 계기는 앤트로픽의 급성장이다. 피지 시모는 앤트로픽의 B2B 성공을 "wake-up call"이라고 표현하며, 챗GPT(ChatGPT) 9.2억 사용자를 고부가 유저로 전환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피지 시모의 전 직원회의: 사이드 프로젝트에 정신 팔리면 안 된다
사이드 퀘스트에 정신이 팔려서 이 순간을 놓칠 수는 없다. 지금 우리의 기회는 9억 명의 사용자를 고부가 컴퓨팅 사용자로 전환하는 것이다. — 피지 시모, 오픈AI 애플리케이션 CEO
WSJ에 따르면, 피지 시모는 전 직원회의에서 강한 어조로 방향 전환을 알렸다. 핵심 메시지는 명확했다. 생산성, 특히 기업 고객 대상 생산성 도구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샘 알트먼(Sam Altman) CEO와 마크 첸(Mark Chen) CTO도 우선순위를 낮출 프로젝트들을 검토 중이며, 수 주 내에 해당 팀에 통보할 예정이다.
중단이 확인된 프로젝트는 세 가지다. 매일 아침 개인화된 브리핑을 제공하는 펄스, 진료 보조를 목표로 했던 의료 AI 에이전트, 그리고 이미 두 차례 시작과 중단을 반복했던 광고 도구다. 광고 도구는 2025년 12월 첫 중단, 2026년 1월 재개, 3월 다시 중단이라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GPT-5.4와 코덱스 성과: 숫자는 나쁘지 않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접는 배경에는 핵심 제품의 성과가 있다. 3월 16일 그렉 브록먼(Greg Brockman)은 GPT-5.4가 출시 1주일 만에 일 5조 토큰을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1년 전 오픈AI 전체 API 처리량을 초과하는 수치다. 연간 순 신규 수익도 $10억 ARR에 도달했다.
코덱스(Codex)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샘 알트먼에 따르면 코덱스 주간 활성 사용자는 2026년 초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2월 2일 맥(Mac) 앱 출시 후 1주일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코딩 에이전트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챗GPT 사용자 수는 9.2억 명으로, 목표였던 10억에는 미달했다. 피지 시모가 '양'보다 '질'을 강조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사용자 수를 늘리는 것보다, 기존 사용자의 유료 전환과 사용량 증가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앤트로픽 추격이 촉발한 코드 레드, 그리고 B2B 전쟁
이번 전략 전환의 뿌리는 2025년 12월 '코드 레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식 트리거는 구글 제미나이 3(Gemini 3)의 등장이었지만, 실질적 원인은 앤트로픽의 B2B 및 코딩 시장 지배력이었다. 엔터프라이즈 코딩 점유율에서 앤트로픽이 42%, 오픈AI가 21%로 두 배 차이가 벌어져 있었다.
매출 격차도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오픈AI의 연환산 매출은 $250억(2026년 2월 기준)인 반면, 앤트로픽은 $190억까지 추격했다. 클로드 코드(Claude Code)만으로 $25억을 벌어들이는 앤트로픽에 대해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CEO는 "우리는 기업 비즈니스"라고 공언한다. 매출의 80%가 API와 기업 고객에서 나오고, 이미지나 영상 모델은 아예 출시하지 않는 집중 전략이다.
코드 레드 이후 오픈AI는 GPT-5.2, 5.3-코덱스, 5.4까지 연속으로 코딩 성능 향상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번 사이드 프로젝트 정리는 그 연장선에서, 조직 전체의 자원 배분까지 코딩과 엔터프라이즈로 재편하겠다는 의미다.
AI 업계 전체가 B2B로 향하고 있다
오픈AI만의 흐름이 아니다. AI 업계 전체가 소비자용 챗봇에서 기업용 생산성 도구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xAI는 3월 12일 코딩 담당 공동 창립자를 퇴출하고 커서(Cursor) 출신 핵심 인력 2명을 영입하며 코딩 에이전트 전략을 재편했다.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셈이다.
유일한 예외는 구글이다. 구글은 광고 기반 수익 구조 덕분에 제미나이를 통한 소비자 서비스 확대를 계속하고 있다. AI를 검색 광고의 진화로 활용할 수 있는 구글만이 소비자 시장에서의 투자를 정당화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오픈AI는 기업 매출 비중을 현재 40%에서 5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소비자 쪽은 광고 수익 모델에 기대겠다는 구상이다. 결국 "AI가 말하는 챗봇에서 일하는 도구로" 전환되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오픈AI도 더 이상 예외가 아니라는 선언이다.
메인 퀘스트만 남은 오픈AI, IPO 전 승부수
오픈AI의 사이드 프로젝트 포기는 단순한 프로젝트 정리가 아니다. AI 산업이 '대화하는 AI'에서 '일하는 AI'로 전환되고 있다는 신호다. 9.2억 챗GPT 사용자라는 압도적 규모에도 불구하고, 앤트로픽의 B2B 집중 전략이 매출 역전 가능성까지 만들어낸 현실이 오픈AI를 움직였다.
코딩 에이전트 시장에서의 점유율 회복, 기업 고객 확보, 그리고 IPO를 앞둔 수익성 입증까지. 오픈AI가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접은 만큼, 이제는 메인 퀘스트에서 결과를 보여줘야 할 차례다.
- Reuters (WSJ) - OpenAI to cut back on side projects to focus on core business
- CNBC - OpenAI preps for IPO in 2026, says ChatGPT must be productivity tool
- The Information - OpenAI tops $25 billion annualized revenue; Anthropic narrows gap
- TechCrunch - Musk's xAI is starting over again, again
- The Decoder - OpenAI reportedly ditches its side quests strate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