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I 펜타곤 협력으로 여론 역풍: '같은 레드라인'이라더니
샘 알트만이 '엔트로픽과 같은 레드라인을 공유한다'고 선언한 바로 다음 날, 엔트로픽이 쫓겨난 빈자리에 OpenAI가 펜타곤 기밀 시스템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23년 군사 사용 금지에서 2026년 기밀 계약 협상까지, OpenAI의 변신 과정을 추적한다.
2026년 2월 26일, 샘 알트만 OpenAI CEO는 직원들에게 내부 메모를 보내 "우리는 엔트로픽과 동일한 레드라인을 공유한다"고 선언했다. 다음 날인 2월 27일, 알트만은 올핸즈 미팅에서 펜타곤과 기밀 시스템 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엔트로픽이 연방 사용 금지를 당한 바로 그 빈자리를 OpenAI가 채우려 하고 있었다.
연대의 선언과 기회의 포착이 24시간 간격으로 벌어진 것이다. 이 모순은 곧바로 업계와 커뮤니티의 집중 포화를 받았다. OpenAI는 정말 엔트로픽과 같은 원칙을 지키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경쟁사의 퇴장을 자신의 기회로 전환하고 있는 것인가.
1. OpenAI 올핸즈 미팅: 기밀 계약의 실체
2월 27일 올핸즈 미팅에서 알트만이 공개한 내용은 구체적이었다. OpenAI는 미국 정부와 기밀 시스템에서의 AI 배치를 협상하고 있으며, 정부가 OpenAI의 'safety stack' 구축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합의가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레드라인을 계약에 포함시키되, 클라우드 기반 배치만 허용하고 드론 등 엣지(edge) 디바이스에는 배치하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알트만은 해외 감시 문제를 "가장 어려운 부분(the hardest part)"이라고 표현했다. 이 발언은 OpenAI가 국내 감시는 거부하되 해외 감시에 대해서는 협상의 여지를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엔트로픽이 '대규모 감시' 자체를 절대 금지선으로 설정한 것과는 결이 다르다.
핵심은 타이밍이다. 이 협상이 엔트로픽의 연방 사용 금지 직후에 공개되었다는 사실은, OpenAI가 경쟁사의 빈자리를 의식하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2. '같은 레드라인'의 실체: 표면은 비슷하지만 범위는 다르다
알트만의 '동일한 레드라인' 주장은 곧바로 해부되기 시작했다. 전 OpenAI 직원이자 AI 안전 연구자인 다니엘 코코타일로(Daniel Kokotajlo)는 LessWrong에서 "표면적으로 비슷해 보이지만, 행정부가 엔트로픽 대신 OpenAI를 선택하도록 최적화된 포지셔닝"이라고 분석했다.
핵심 차이는 '감시'의 정의에 있다. 엔트로픽의 레드라인은 '합법이지만 AI 시대에 부적합한' 감시까지 포함한다. 공공장소 카메라와 AI를 결합해 야당 구성원을 식별하는 행위는 현행법상 불법이 아니지만, 엔트로픽은 이를 명시적으로 거부한다. 반면 OpenAI의 레드라인은 '불법 사용 제외(illegal uses only)'로 범위가 훨씬 좁다.
LessWrong 커뮤니티의 분석가 테인 루테니스(Thane Ruthenis)는 더 날카롭게 지적했다. "알트만은 다시 한번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는 데 성공했다." 레드라인이라는 동일한 단어를 사용하면서도, 실질적으로 펜타곤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범위를 축소했다는 비판이다.
3. OpenAI 군사 정책 변천: 금지에서 기밀 계약까지
OpenAI의 군사 정책 변천사를 추적하면, '같은 레드라인' 주장의 신뢰성은 더욱 흔들린다. 2023년까지 OpenAI의 이용약관에는 "military and warfare(군사 및 전쟁)" 목적의 사용이 명시적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AI 기업으로서는 가장 강력한 수준의 군사 사용 금지였다.
그러나 2024년 1월 10일, The Intercept의 보도로 OpenAI가 이 조항을 조용히 삭제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식 발표도, 블로그 포스트도 없었다. 이용약관 페이지가 업데이트되면서 '군사 및 전쟁' 금지가 사라진 것이다. OpenAI는 "더 범용적인 표현으로 변경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타이밍은 의미심장했다.
이후 궤적은 가속도가 붙었다. 2025년 7월에는 펜타곤과 2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고, 2026년 2월에는 기밀 시스템 계약 협상까지 진행하고 있다. 3년 만에 '군사 사용 전면 금지'에서 '기밀 시스템 배치 협상'으로 180도 전환한 것이다.
| 시기 | 정책 |
|---|---|
| ~2023 | "military and warfare" 명시적 사용 금지 |
| 2024.01 | 군사 금지 조항 조용히 삭제 (The Intercept 보도) |
| 2025.07 | 펜타곤 $200M 계약 체결 |
| 2026.02 | 기밀 시스템 계약 협상 공개 |
4. 커뮤니티 반응: '뒤늦은 용기인가, 기회주의인가'
온라인 커뮤니티의 반응은 신랄했다. 레딧 r/singularity에서는 "엔트로픽이 바로 그 안전장치 때문에 금지당했는데, OpenAI가 같은 안전장치를 요구하면서 계약을 따내는 것은 위선의 교과서적 사례"라는 분석이 큰 호응을 얻었다.
r/ChatGPT에서는 더 직설적이었다. "뒤늦은 용기? 2위가 퇴장하면 1위가 자리를 차지하는 건 쉬운 일이다." OpenAI의 연대 선언이 진심이 아니라 계산된 포지셔닝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r/ChatGPTcomplaints에서는 OpenAI의 군사 정책 변천 타임라인을 정리하며 "군사 사용 전면 금지에서 기밀 계약 협상까지, 이 기업이 정말 안전을 위해 움직이는 건지 의문"이라는 논조의 글이 화제가 되었다.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정서는 '말과 행동의 괴리'에 대한 불신이다.
5. 테크 노동자 70만 명 연합: 직원들의 다른 목소리
경영진의 계산과 별개로, 일선 직원들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OpenAI 등 빅테크 기업의 노동자 70만 명으로 구성된 연합이 펜타곤의 무제한 AI 접근 요구를 거부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연합의 존재는 알트만의 딜레마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외부적으로는 펜타곤과의 기밀 계약을 추진하면서, 내부적으로는 그 계약에 반대하는 직원들의 집단적 압력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OpenAI 직원 76명이 'We Will Not Be Divided' 청원에 서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18년 구글 Project Maven 사태가 보여주듯, 테크 기업의 군사 협력은 궁극적으로 인재 유출 리스크와 직결된다. AI 안전을 이유로 OpenAI를 선택한 연구자들이, 그 회사가 기밀 군사 시스템에 AI를 배치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6. 알트만의 줄타기: safety stack은 진짜 안전장치인가
알트만이 제시한 'safety stack'은 흥미로운 개념이다. 펜타곤에 AI를 제공하되, 자체적인 안전 계층을 구축해 특정 사용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클라우드에만 배치하고 엣지 디바이스에는 제공하지 않는다는 조건도 포함된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이 프레임워크의 한계를 지적한다. 클라우드 기반이라 해도 정보 분석, 표적 식별, 작전 계획 수립 등의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드론에 직접 탑재하지 않더라도, 드론 공격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면 실질적 차이가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집행력이다. 펜타곤의 기밀 네트워크에 배치된 AI 모델의 실제 사용을 OpenAI가 어떻게 모니터링하고 통제할 수 있는가. 엔트로픽이 Palantir를 통한 클로드 사용을 사후에야 알게 된 것처럼, 기밀 환경에서의 사용 통제는 기술적으로나 제도적으로나 극히 어렵다.
마치며: 레드라인의 진정한 의미
이 논란이 드러내는 핵심은, '레드라인'이라는 단어가 정의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엔트로픽의 레드라인은 '합법이지만 도덕적으로 부적합한 사용'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OpenAI의 레드라인은 '명백히 불법인 사용만 제외'하는 좁은 개념이다. 같은 단어, 다른 범위다.
OpenAI의 포지셔닝이 순수한 위선인지, 현실적 타협인지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OpenAI가 엔트로픽의 연방 사용 금지라는 상황을 자신의 협상 레버리지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대를 선언하면서 동시에 그 연대의 대상이 남긴 빈자리를 채우는 행위는, 아무리 좋게 해석해도 모순이다.
70만 테크 노동자의 집단적 목소리와 커뮤니티의 날카로운 비판은, AI 기업들이 더 이상 말로만 원칙을 주장할 수 없는 시대가 왔음을 보여준다. 레드라인은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것이다.
- Wall Street Journal - Altman Says OpenAI Is Working on Pentagon Deal Amid Anthropic Showdown
- The Intercept - OpenAI Quietly Deletes Ban on Using ChatGPT for Military and Warfare
- Business Insider - OpenAI's Altman Opposes Using Defense Production Act on AI Companies
- Futurism - AI Workers, and Even CEOs, Suddenly Turning Against the Trump Administration
- LessWrong - Daniel Kokotajlo on OpenAI's Pentagon positio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