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그래픽카드 신제품 출시 전면 중단, AI가 게이밍을 삼켰다
엔비디아가 RTX 50 SUPER 시리즈를 전면 연기하고 RTX 50 전체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AI 칩 우선순위와 GDDR7 부족이 원인으로, 약 30년 만에 연례 게이밍 GPU 업데이트 주기가 처음으로 끊겼다.
엔비디아가 게이밍 GPU 신제품 출시를 전면 중단했다. RTX 50 SUPER 시리즈는 무기한 연기됐고, RTX 50 시리즈 전체 생산마저 일시 중단된 상태다. 약 30년간 이어져 온 연례 게이밍 GPU 업데이트 주기가 처음으로 끊긴 것이다. 원인은 단순하다. AI가 게이밍보다 돈이 된다.
1. RTX 50 SUPER 전면 연기, 무슨 일이 벌어졌나
2026년 2월 초, 업계 전문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한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엔비디아가 RTX 5070 SUPER, RTX 5070 Ti SUPER, RTX 5080 SUPER 등 RTX 50 SUPER 라인업 전체를 전면 연기했다는 것이다. 단순한 일정 조정이 아니다. 사실상 무기한 보류에 가깝다.
더 심각한 건 RTX 50 시리즈 자체의 생산까지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NotebookCheck에 따르면 RTX 50 시리즈 전체 생산이 일시 중단됐으며, 최소 2026년 3분기까지는 정상화가 어려울 전망이다. 이미 RTX 5070 Ti는 생산 축소 논란이 불거진 바 있는데, ASUS 측은 GDDR7 메모리 공급 제약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차세대 RTX 60 시리즈(코드명 Rubin)도 상황이 좋지 않다. Tom's Hardware 보도에 따르면, 원래 2027년으로 예상됐던 RTX 60 시리즈 출시가 2028년으로 밀렸다. 게이머들이 다음 세대 그래픽카드를 손에 쥐려면 최소 2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2. GDDR7 메모리 부족과 AI 칩 우선순위, 핵심 원인 분석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은 두 가지다. GDDR7 메모리의 절대적 부족, 그리고 엔비디아의 AI 사업 우선순위 전환이다.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면서 GDDR7을 포함한 고성능 메모리 전체의 공급이 극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 메모리 제조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AI 데이터센터용 HBM(고대역폭 메모리)에 생산 역량을 집중하고 있고, 게이밍 GPU에 들어가는 GDDR7은 후순위로 밀렸다.
엔비디아 내부적으로도 우선순위는 명확하다. AI 칩의 수익률은 약 65%인 반면, 그래픽카드는 40%에 그친다. 같은 공장에서 같은 자원을 쓴다면 AI 칩을 만드는 게 훨씬 이득이다. 실제로 엔비디아의 게이밍 매출 비중은 2022년 35%에서 2025년 8%까지 급락했다. 회사 전체 매출에서 게이밍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분의 1도 안 되는 상황에서, 메모리와 생산 라인을 게이밍에 할당할 이유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3. GPU 가격 폭등, 게이머의 지갑은 한계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현재 RTX 50 시리즈 그래픽카드 가격은 공식 권장가 대비 30% 이상 올랐다. 품귀 현상이 심해지면서 일부 모델은 프리미엄이 더 붙고 있다.
문제는 경쟁사 제품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AMD 역시 가격을 인상하는 추세다. 엔비디아 독점에 가까운 고성능 GPU 시장에서 경쟁사까지 가격을 올리면, 게이머들에게는 선택지가 없어진다.
게이밍 PC 업그레이드를 계획하던 유저들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현재 GPU를 쓰자니 성능이 부족하고, 새로 사자니 가격이 감당이 안 된다. 엔비디아가 연례 업데이트 주기를 중단한 이상, '한 세대만 참으면 된다'는 기존의 전략도 통하지 않게 됐다.
4. 엔비디아는 더 이상 게이밍 회사가 아니다 - 커뮤니티 반응
해외 게이밍 커뮤니티와 기술 포럼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반응이 격앙되어 있다. 가장 많이 보이는 반응은 "엔비디아는 더 이상 게이밍 회사가 아니다"라는 자조 섞인 탄식이다.
엔비디아의 공식 명칭은 여전히 'GPU 회사'지만, 실질적인 사업 구조는 완전히 AI 인프라 기업으로 변했다. 게이밍 매출 비중이 8%밖에 안 되는 회사가 게이머를 위해 메모리를 양보할 리 만무하다. 레딧과 각종 포럼에서는 "우리는 엔비디아에게 더 이상 중요한 고객이 아니다", "젠슨 황은 게이머를 버렸다"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비관적인 전망도 많다. RTX 60 시리즈가 2028년으로 밀린 이상, 향후 2~3년간 의미 있는 게이밍 GPU 신제품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약 30년간 매년 또는 격년으로 이어지던 게이밍 GPU 세대교체 주기가 처음으로 완전히 멈춰버린 셈이다.
5. AMD와 Intel,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엔비디아가 게이밍 시장을 등한시하는 사이, 경쟁사들에게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
AMD의 RX 9070 XT는 현재 가성비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엔비디아 제품 대비 합리적인 가격에 준수한 성능을 제공하며, 특히 1080p~1440p 해상도 게이밍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다만 AMD 역시 메모리 가격 상승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해 가격 인상 추세에 있다.
Intel은 Arc B시리즈로 저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아직 고성능 시장에서 엔비디아를 위협하기에는 역부족이지만, 예산이 제한된 게이머들에게는 실질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다만 드라이버 안정성과 게임 호환성 측면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있다.
결국 고성능 GPU 시장에서 엔비디아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업체는 아직 없다. 게이머들은 불완전한 대안 사이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6. PC 게이밍 생태계 전체에 드리운 먹구름
이번 사태는 단순히 그래픽카드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GPU 가격 상승은 게이밍 PC 전체 조립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이미 DDR5 램과 SSD 가격까지 폭등한 상황에서 PC 게이밍 진입 장벽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게임 개발사들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고사양 PC 게이머 수가 줄어들면, AAA 타이틀의 높은 그래픽 투자 대비 수익률이 떨어진다. 이미 일부 게임사는 저사양 최적화에 더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콘솔 시장으로의 이탈도 가속화될 수 있다. 같은 비용이면 PS5나 Xbox로 게임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PC 게이밍의 핵심 가치였던 '최고 성능 경험'이 가격 장벽에 가로막히면서, PC 게이밍 생태계 전체가 위축될 위험이 있다.
마치며: 게이머가 다시 중요해지는 날이 올까
엔비디아의 결정은 냉정한 사업적 판단이다. AI 칩이 게이밍보다 훨씬 돈이 되는데, 한정된 자원을 게이밍에 쓸 이유가 없다. 기업 입장에선 합리적이다.
하지만 엔비디아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운 건 바로 게이머들이었다. 30년간 게이밍 GPU로 기술력을 쌓고, 그 기반 위에 AI 사업을 일궜다. 그 게이머들을 이렇게 쉽게 뒷전으로 밀어놓는 모습에 씁쓸함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현실적으로 게이머들이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AMD와 Intel이 경쟁력을 키워서 시장의 균형을 맞춰주길 기대하거나, 현재 장비를 최대한 오래 쓰는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가 게이머를 다시 신경 쓰게 만들려면, 경쟁사들이 더 강해지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