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달러를 들고 LLM에 반기를 든 남자, 얀 르쿤의 AMI 랩스

Editor JAI
10억 달러를 들고 LLM에 반기를 든 남자, 얀 르쿤의 AMI 랩스

튜링상 수상자 얀 르쿤이 메타를 떠나 AMI 랩스를 설립하고, 시드 라운드에서 10.3억 달러를 확보했다. LLM은 막다른 길이라는 그의 주장, JEPA와 월드 모델이라는 대안, 그리고 샘 올트먼, 다리오 아모데이와의 공개 논쟁까지. AI 산업의 가장 뜨거운 이단아가 판을 뒤집으려 한다.

AI 업계 전체가 LLM이라는 하나의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을 때, 한 사람이 정반대 방향으로 걸어 나갔다. 튜링상 수상자이자 딥러닝의 아버지 중 한 명인 얀 르쿤이다. 2025년 11월, 12년간 몸담았던 메타의 수석 AI 과학자직을 내려놓은 그는 곧바로 AMI 랩스(Advanced Machine Intelligence)를 설립했다. 본사는 파리. 목표는 단순하다. LLM이 아닌 다른 길로 진짜 지능을 만든다.

얀 르쿤 AMI 랩스 설립자 튜링상 수상자 AI 과학자
AMI 랩스를 이끄는 얀 르쿤
LLM은 통계적 환상이다. 인상적이지만 지적이지 않다. — 얀 르쿤

그리고 2026년 3월 10일, AMI 랩스는 시드 라운드에서 10억 3,000만 달러를 클로즈했다. 프리밸류 35억 달러. 시드 라운드 사상 최대 규모 중 하나다. 카타이 이노베이션, 그레이크로프트, 히로 캐피털, HV 캐피털, 베조스 엑스페디션이 참여했고, 팀 버너스리, 짐 브레이어, 마크 쿠반, 자비에 니엘, 에릭 슈미트 같은 개인 투자자들도 이름을 올렸다. 업계 최고의 이단아에게 최고의 자본이 몰린 셈이다.

다음 단어 예측은 왜 지능이 아닌가

르쿤의 LLM 비판은 일관적이고 구체적이다. 첫째, 자기회귀적 LLM은 구조적으로 오류가 누적된다. 길이 n짜리 답변의 정확도는 (1-e)^n, 즉 길어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진다. 둘째, 계획과 추론이 불가능하다. 다음 토큰을 예측하는 방식으로는 인과관계를 이해하거나 장기 전략을 세울 수 없다. 셋째, 텍스트만으로는 물리적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 르쿤은 이를 '고양이 수준의 지능에도 미달한다'고 표현했다. 고양이는 물리법칙을 직관적으로 이해하지만, LLM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의 핵심 주장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렇다. 다음 단어 예측은 세계 이해가 아니다. 통계적 패턴 매칭은 인상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지만, 그것이 지능의 본질은 아니라는 것이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2026년 1월 르쿤의 이 행보를 'LLM에 대한 반체제적 베팅(a contrarian bet against LLMs)'이라고 소개했다.

JEPA와 월드 모델, 르쿤이 그리는 대안의 설계도

그렇다면 LLM 대신 무엇을 만들겠다는 것인가. 르쿤의 대안은 JEPA(Joint Embedding Predictive Architecture)와 월드 모델이다. JEPA는 픽셀 단위의 예측 대신 추상적 표현 공간에서 예측을 수행한다. 예측할 수 없는 디테일은 무시하고, 핵심적인 구조만 포착하는 방식이다. 비디오, 오디오, 센서 데이터를 통해 실세계의 물리 법칙을 학습하는 것이 목표다.

LLM과 JEPA/월드 모델 비교
항목LLMJEPA/월드 모델
학습 데이터텍스트비디오, 오디오, 센서
예측 방식다음 토큰 예측추상적 표현 공간 예측
물리 세계 이해불가목표
계획/추론제한적목표 지향형 설계
응용 분야텍스트 생성, 코딩드론, 로보택시, 헬스케어

AMI 랩스가 추구하는 시스템은 '목표 지향적(objective-driven)'이다. 단순히 패턴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라 추론하고 계획하며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시스템이다. 르쿤은 이 패러다임 전환에 3~5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드론 자율비행, 로보택시, 헬스케어 등이 초기 응용 분야로 거론된다.

드림팀이 모였다 — 메타 FAIR 출신 핵심 인력 총집합

AMI 랩스의 공동 창립진은 그 자체로 이 프로젝트의 진지함을 보여준다. CEO 알렉스 르브런은 전 나블라(Nabla) CEO이자 메타 FAIR 출신이다. CSO(최고과학책임자) 사이닝 시는 전 구글 딥마인드 연구원. CRIO(최고책임혁신책임자) 파스칼 풍은 홍콩과기대 교수이자 AI 윤리 분야 권위자다. 월드 모델 VP 마이클 래빗은 전 메타 FAIR 연구원이고, COO 로랑 솔리는 전 메타 유럽 VP 출신이다.

르쿤 자신은 집행 의장(Executive Chairman)을 맡았다. 메타에서 함께 일했던 핵심 인력이 대거 합류한 셈이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르쿤이 메타를 떠난 배경에는 마크 저커버그와의 AI 방향성 이견이 있었다. 메타가 라마(LLaMA) 시리즈 등 LLM에 집중하는 동안, 르쿤은 그것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길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다보스에서 불꽃 튄 AGI 타임라인 논쟁

2026년 1월 23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르쿤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와 같은 무대에 섰다. 주제는 AGI(범용인공지능)의 타임라인이었다. 하사비스는 5~10년 내 AGI 달성 확률을 50%로 봤고, 아모데이는 더 공격적이었다. 1년 내 소프트웨어 개발자 대체, 2년 내 노벨상 수준의 과학적 발견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LLM을 아무리 확장해도 고양이 수준의 세계 이해에 도달하지 못한다.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 얀 르쿤, 2026 다보스 WEF

르쿤은 정반대 입장이었다. LLM의 스케일링으로는 진정한 지능에 도달할 수 없으며, 현재 AGI라고 불리는 것들은 실체 없는 마케팅이라고 일축했다. 포춘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조차 하사비스 편을 지지하면서도, 르쿤의 근본적 문제 제기에는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픈AI의 샘 올트먼은 스케일링이 결국 물리적 세계 이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2026년 2월, 뉴델리에서 던진 메시지

다보스 이후 한 달 뒤인 2026년 2월 19일, 르쿤은 인도 뉴델리의 AI 임팩트 서밋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서 그는 'AI는 인간 지능의 증폭기'라는 발언을 남겼다.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증폭시키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철학이다. 이 메시지는 AMI 랩스의 방향성과 직결된다. 인간의 인지 능력을 확장하는 시스템, 텍스트 너머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는 시스템이 르쿤이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물론 르쿤의 베팅에 대한 반론도 거세다. 가장 직접적인 비판은 경제적 타당성이다. LLM은 이미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창출하고 있다. 오픈AI의 연간 반복 매출은 200억 달러를 넘었고, 앤트로픽도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JEPA와 월드 모델이 이 속도로 경제적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명확한 답이 없다.

레스롱(LessWrong) 커뮤니티에서는 '르쿤에 반하여(Contra LeCun)'라는 제목의 반박이 올라왔고, AI 업계가 이미 '완전히 LLM에 경도되어 있다(LLM-pilled)'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긍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드디어 대안 이론을 증명할 자본과 팀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멜라니 미첼은 양측의 논리를 분석하며 2026년을 '월드 모델 경쟁의 해'로 규정했다.

AI 역사상 가장 비싼 이단의 시작

정리하면 이렇다. AI 산업 전체가 LLM에 베팅한 상황에서, 딥러닝을 만든 사람 중 하나가 그 길이 틀렸다고 선언하고 10억 달러를 들고 나갔다. 메타에서 함께했던 핵심 연구진이 뒤따랐고, 세계 최고의 투자자들이 수표를 써줬다. 성공하면 AI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실패하면 LLM 시대의 가장 값비싼 반례로 남는다.

르쿤은 이 전환에 3~5년이 걸릴 것이라 했다. 2026년 3월 현재, 시계는 이제 막 돌아가기 시작했다. LLM이 정말 막다른 길인지, 아니면 르쿤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 답은 아직 누구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10억 달러짜리 이단이 등장한 이상, 이 논쟁은 이제 학술적 토론이 아니라 산업의 방향을 건 전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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