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의 최후 통첩: 아모데이는 자신의 철학을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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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의 최후 통첩: 아모데이는 자신의 철학을 지킬 수 있을까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아모데이 CEO를 펜타곤에 소환하고 2월 27일까지 AI 모델 무제한 군사 사용을 허용하라는 최후 통첩을 보냈다. 같은 주 앤트로픽은 RSP v3.0에서 개발 중단 약속을 삭제했다. 철학과 현실 사이, 데드라인이 다가온다.

2월 23일 일요일, 미국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가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를 펜타곤에 소환했다. 요구는 단순하고 강경했다. 금요일(2월 27일)까지 클로드 AI 모델의 '모든 합법적 목적(all lawful purposes)' 무제한 군사 사용을 허용하라. 거부하면 2억 달러 계약 해지는 물론, 공급망 리스크 지정과 국방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 발동까지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AI 안전을 존재 이유로 삼아온 기업에 대한 사실상의 최후 통첩이다.

1. 펜타곤 소환: 헤그세스의 금요일 데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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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은 펜타곤의 무제한 군사 사용 요구에 저항하고 있다

NPR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아모데이에게 직접 대면으로 최후 통첩을 전달했다. 핵심 요구는 하나다. 앤트로픽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군사 사용 제한을 전면 철폐하고, 다른 AI 기업들과 동일하게 '모든 합법적 목적'에 클로드를 제공하라는 것이다.

이 요구의 배경에는 올해 1월 벌어진 베네수엘라 마두로 체포 작전이 있다. 팔란티어(Palantir) 플랫폼을 통해 클로드가 작전에 사용되었는데, 사후에 앤트로픽 임원이 팔란티어에 경위를 문의한 것이 국방부로 전달되면서 갈등이 폭발했다. 국방부 입장에서는 '계약한 AI 기업이 군사 작전을 뒤에서 감시하는' 상황이 용납될 수 없었던 것이다.

2. 국방부의 위협 카드 3장: 계약 해지에서 화웨이급 제재까지

포춘과 액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가 앤트로픽에 대해 검토 중인 위협 수단은 세 가지다.

첫째, 2억 달러 규모의 국방부 계약 즉시 해지다. 이것만으로도 앤트로픽의 정부 사업 전체가 흔들린다. 둘째, '공급망 리스크(supply chain risk)' 지정이다. 이는 사실상 화웨이에 적용된 것과 유사한 조치로, 지정되면 모든 미국 기업이 앤트로픽과의 거래를 단절해야 한다. 팔란티어, AWS와의 파트너십은 물론 민간 고객 기반에도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다. 셋째, 국방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 발동이다. 이 법은 전시에 민간 기업의 자원을 강제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을 정부에 부여한다.

국방부 CTO 에밀 마이클(Emil Michael)은 앤트로픽의 군사 사용 제한을 "비민주적(undemocratic)"이라고 규정했다. 선출되지 않은 기업이 국가 안보 정책을 좌우하려 한다는 논리다. 이는 기존의 '우리는 협력을 원한다'는 어조에서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3. 아모데이의 레드라인: 드론 군대와 대규모 감시

아모데이가 지키려는 원칙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미국인 대규모 감시(mass domestic surveillance) 금지, 그리고 완전 자율 무기(fully autonomous weapons) 금지다. 정보 분석, 물류 최적화, 사이버 방어 등에서의 군사 협력은 수용하되, 이 두 가지 레드라인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26년 1월 발표한 에세이 '기술의 청소년기(The Adolescence of Technology)'에서 아모데이는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를 밝혔다. "소수의 사람이 드론 군대를 운용하는 상황." 헌법적 보호는 불법 명령에 불복종할 '인간'이 있다는 전제 위에 성립하는데, 완전 자율 무기에서는 그 전제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는 AI 규제 단체에 2천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원칙적 입장은 경쟁 환경에서 점점 더 고립을 의미한다. OpenAI, 구글, xAI, 메타 모두 이미 '모든 합법적 목적' 조건을 수용했다. 구글은 2018년 Project Maven에서 직원 반발로 철수했지만, 2025년에 국방부 계약에 복귀했다. 앤트로픽만이 홀로 저항하고 있는 형국이다.

4. RSP v3.0 발표: '개발 중단' 약속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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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와 앤트로픽의 AI 군사 사용 갈등을 보도한 뉴욕타임스

최후 통첩 다음 날인 2월 24일, 앤트로픽은 책임 있는 스케일링 정책(Responsible Scaling Policy) v3.0을 발표했다. 타이밍이 절묘하다. 핵심 변화는 기존 RSP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모델 개발을 중단한다'는 절대적 약속(absolute commitment)이 삭제된 것이다.

앤트로픽은 이 변경의 이유를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로 인해, 당초 기대했던 국가 차원의 AI 안전 규제가 실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기업만 개발을 멈추면 오히려 덜 안전한 경쟁 모델이 시장을 장악하게 되어 전체적으로 더 위험해진다는 논리다.

앤트로픽은 RSP v3.0이 군사 정책과는 무관한 별개의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동시 발표를 '양보의 신호'로 읽고 있다. 가장 강경했던 안전 원칙 중 하나를 스스로 후퇴시킨 셈이기 때문이다. AI 안전 커뮤니티에서는 "결국 현실 앞에서 원칙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5. 앤트로픽의 대응: IPO와 원칙 사이의 줄타기

로이터는 2월 24일 앤트로픽이 군사 사용 제한을 완화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레드라인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앤트로픽은 현재 기업가치 3,800억 달러(약 550조 원)로 평가받으며 IPO를 준비 중이다. 미국 국방부와의 정면 충돌은 투자자 신뢰에 직접적 타격을 줄 수 있다. 공급망 리스크 지정이 현실화되면 AWS 기반 정부 클라우드 계약, 팔란티어 파트너십뿐 아니라 민간 기업 고객에까지 연쇄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한편, 펜타곤 역시 딜레마에 빠져 있다. 한 국방부 관리는 다른 AI 기업들의 모델이 "아직 뒤처져 있다(just behind)"고 인정했다. 클로드를 즉시 대체할 프론티어 모델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다. 이 상호 의존성이 협상의 여지를 만들고 있다.

6. 전문가 반응: 의회가 나서야 할 때

전문가들의 반응은 대체로 앤트로픽에 동정적이면서도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방향이다. 전자프론티어재단(EFF)은 "정부 압력으로 인권 원칙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률 전문 매체 로페어(Lawfare)는 "군사 AI의 사용 규칙은 개별 기업이 아니라 의회가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기업의 도덕적 판단에 국가 안보 정책을 의존하는 구조 자체가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NYU 스턴 경영대학원의 한 교수는 이 사태를 "AI를 책임 있게 배치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리트머스 테스트"라고 평가했다. 앤트로픽이 버티면 기업이 정부에 윤리적 한계를 설정할 수 있다는 선례가 되고, 무너지면 AI 안전 담론 전체가 타격을 받는다는 분석이다.

국내 언론도 이 사안을 주목하고 있다. 뉴스1, 한국일보, 연합뉴스, MBC 등이 펜타곤-앤트로픽 갈등을 보도하며, AI 군사 사용에 대한 글로벌 논의가 한국 국방 AI 정책에도 시사점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치며: 데드라인은 다가오고 있다

2월 27일 금요일, 헤그세스가 설정한 데드라인이 다가오고 있다. 앤트로픽 앞에는 세 가지 시나리오가 놓여 있다. 레드라인을 유지하며 계약 해지와 제재를 감수하거나, 일부 양보를 통해 타협점을 찾거나, 원칙을 전면 철회하고 경쟁사와 같은 조건을 수용하는 것이다.

같은 주에 RSP v3.0에서 개발 중단 약속을 삭제한 것은 앤트로픽이 이미 현실과의 타협을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도 있고, 군사 정책에서만큼은 더 강경하게 버틸 여지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후퇴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이번 데드라인의 결과는 단순히 한 기업의 계약 문제를 넘어선다. AI 안전이라는 가치가 국가 권력의 직접적 압박 앞에서 생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분기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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