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커·카피바라고·운빨존많겜, 로그라이크 캐주얼이 한국을 점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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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은 로그라이크 캐주얼의 해였다. 버섯커 키우기, 카피바라고, 와다다 던전런 등 해외 게임들이 한국에서 전 세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올리며 돌풍을 일으켰고, 111%의 운빨존많겜과 넥슨의 메이플 키우기가 K-게임의 저력을 보여줬다.

2025년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 이변이 일어났다. MMORPG 강국이라 불리던 한국에서 로그라이크 캐주얼 게임들이 매출 상위권을 휩쓸기 시작한 것이다. 버섯커 키우기, 카피바라고, 와다다 던전런 같은 게임들이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를 점령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게임들이 한국에서 유독 강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글로벌 출시 게임임에도 한국 매출 비중이 40~70%에 달한다. 한국 유저들이 이 장르에 특별히 반응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리고 한국 게임사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2025년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의 지각변동을 살펴본다.

1. 외래종의 침공, 버섯커와 와다다

버섯커 키우기 게임 화면
버섯커 키우기 게임 화면

버섯커 키우기(Legend of Mushroom)는 중국 Joy Nice Games가 개발한 로그라이크 RPG다. 2023년 12월 글로벌 출시 후 한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전체 매출의 66%가 한국에서 발생했다. 귀여운 버섯 캐릭터와 간단한 조작, 무한 성장의 쾌감이 한국 유저들을 사로잡았다.

37Games의 와다다 던전런 역시 비슷한 궤적을 그렸다. 2025년 출시 직후 한국 매출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로그라이크 던전 탐험과 자동 전투의 조합이 출퇴근 시간 플레이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다. 일본이나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큰 반응을 얻고 있다.

이들 게임의 공통점은 '짧은 플레이 타임에 높은 성취감'이다. 한 판에 5~10분이면 충분하고, 매번 새로운 조합과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 MMORPG의 긴 파밍에 지친 유저들이 이 가벼움에 매력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2. 로그라이크 캐주얼, 왜 한국에서 터졌나

와다다 던전런 게임 화면
와다다 던전런 게임 화면

한국이 로그라이크 캐주얼의 핵심 시장이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과 모바일 결제 편의성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모바일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즉각적인 과금이 가능하다. 둘째, 바쁜 라이프스타일이다. 출퇴근 시간이 긴 한국 직장인들에게 짧은 세션의 게임은 딱 맞는 선택이다.

셋째, MMORPG 피로감의 반작용이다. 수년간 리니지 계열 게임에 시간과 돈을 쏟아온 유저들이 가벼운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로그라이크 캐주얼은 진입 장벽이 낮고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넷째, 공격적인 마케팅이다. 이들 게임은 유튜브, 틱톡 등에서 대규모 광고를 집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이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에서 성공하면 글로벌 확장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해외 개발사들이 한국을 최우선 타깃으로 삼고 있다. 이는 한국 게임사들에게는 위기이자 기회다.

3. 카피바라고 열풍, 하비의 승부수

카피바라고 게임 화면
카피바라고 게임 화면

하비(Habby)의 카피바라고(Capybara Go)는 2024년 말 글로벌 출시 후 2025년 한국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센서타워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매출의 41%를 차지하며 압도적 1위 시장이 됐다. 귀여운 카피바라 캐릭터와 뱀서라이크 장르의 결합이 MZ세대를 사로잡았다.

하비는 궁수의 전설(Archero)로 로그라이크 모바일 장르를 개척한 회사다. 그 노하우가 카피바라고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한 손 조작, 자동 공격, 스킬 선택의 전략성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한국 유저들은 특히 수집 요소와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 열광했다.

카피바라고의 성공은 캐릭터 IP의 중요성도 보여줬다. 카피바라는 SNS에서 '힐링 동물'로 인기를 끈 바 있다. 게임과 캐릭터 IP의 시너지가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고 자연 유입을 늘렸다. 이후 많은 게임들이 귀여운 동물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4. K-게임의 반격, 운빨존많겜과 메이플 키우기

메이플 키우기 프로모션 이미지
메이플 키우기 프로모션 이미지

한국 게임사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국내 게임사 111%는 운빨존많겜(Lucky Defense)으로 역습에 나섰다. 2024년 5월 출시 후 한국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고, 한국산 전략 게임 중 매출 1위에 올랐다. 111%는 랜덤다이스로 타워 디펜스 장르의 강자임을 증명한 바 있다.

운빨존많겜은 '운'이라는 요소를 전면에 내세웠다. 유닛 소환과 합성이 모두 확률에 의존하지만, 협동 플레이에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 독특한 조합이 코어 게이머와 캐주얼 게이머 모두를 끌어들였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111%는 글로벌 타워 디펜스 퍼블리셔 매출 2위로 급상승했다.

넥슨의 메이플 키우기도 2025년 주목받은 K-게임이다. 메이플스토리 IP를 활용한 방치형 RPG로, 출시 직후 매출 상위권에 안착했다. 20년 넘은 IP의 힘과 넥슨의 라이브 서비스 노하우가 만난 결과다. 이 성공은 국내 대형 IP를 캐주얼화하는 트렌드를 이끌었다.

5. 엔씨소프트의 캐주얼 시장 진출

엔씨소프트 판교 신사옥
엔씨소프트 판교 신사옥

엔씨소프트가 캐주얼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2025년 8월 '모바일 캐주얼 센터'를 신설하고, 트리플닷 스튜디오와 아웃핏7 출신의 글로벌 전문가들을 영입했다. 12월에는 베트남 게임사 리후후(Lihuhu)의 모기업 지분 67%를 약 1,534억원에 인수하며 공격적 행보를 보였다.

리후후는 2017년 설립 이후 100여 종의 캐주얼 게임을 출시한 회사다. 매출의 80% 이상을 북미·유럽에서 올리며 글로벌 역량을 입증했다. 엔씨소프트는 국내 머지 게임 전문 스튜디오 스프링컴즈도 인수했다. 개발-퍼블리싱-데이터-기술을 통합한 '클러스터 전략'을 추진 중이다.

엔씨소프트 박병무 공동대표는 '추가 M&A를 협의 중'이라며 '2026년 초 종합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니지로 MMORPG 시대를 연 엔씨소프트가 캐주얼 시장까지 노린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판도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마치며

2025년은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의 전환점이었다. 로그라이크 캐주얼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MMORPG 중심의 시장 구조를 흔들었다. 해외 게임들이 한국에서 글로벌 매출의 절반 이상을 올리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고, 한국 게임사들도 이에 대응하며 경쟁이 치열해졌다.

운빨존많겜과 메이플 키우기의 성공은 K-게임의 저력을 보여줬다. 특히 운빨존많겜을 개발한 111%는 글로벌 타워 디펜스 퍼블리셔 2위로 올라서며 한국 게임사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엔씨소프트의 캐주얼 시장 진출은 대형 퍼블리셔들의 관심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다만 한 가지 우려가 있다. 대기업들의 캐주얼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면 소규모 스튜디오들은 더 어려운 환경에 놓일 수 있다. 자본력과 마케팅 파워에서 밀리는 인디 개발사들이 설 자리가 좁아질 수 있다는 점은 업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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