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롱의 인기로 보는 서브컬쳐 게임 운영의 묘

도로롱의 인기로 보는 서브컬쳐 게임 운영의 묘 대표 이미지

팬이 만든 밈 캐릭터가 어떻게 카카오톡 이모티콘 전 연령층 1위까지 올라갔을까? 시프트업이 2차 창작 밈의 원본 IP를 사들이고, AAA 콘솔 게임 콜라보에까지 활용한 전략을 분석한다. '도로롱 현상'이 서브컬쳐 IP 확장에 던지는 시사점.

니케를 모르는 사람도 '도로롱'은 본 적 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전 연령층 1위, 굿즈 당일 완판, 스텔라 블레이드 콜라보까지. 그런데 이 캐릭터가 원래 팬이 만든 비공식 2차 창작이었다는 걸 아는가?

흥미로운 건 시프트업의 대응이다. 그냥 '허용'한 게 아니라 밈의 원본 디자인까지 사들여서 완전한 공식 IP로 만들었다. 서브컬쳐 게임사들이 IP를 어떻게 확장해야 하는지, 도로롱이 하나의 답을 보여주고 있다.

1. 도로롱의 탄생: 팬덤에서 시작된 밈

도로롱 - 니케를 대표하는 마스코트가 된 밈 캐릭터
도로롱 - 니케를 대표하는 마스코트가 된 밈 캐릭터

도로롱의 원형은 니케의 메인 캐릭터 '도로시'다. 도로시는 게임 내에서 무겁고 어두운 서사를 가진 비극적인 캐릭터다. 그런데 팬들은 이 캐릭터를 SD(Super Deformed) 형태로 귀엽게 그리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건 도로롱의 기원이 니케가 아니라는 점이다. 원본은 소울워커의 '댕댕라'라는 밈 이모티콘이었고, 여기서 머리 부분만 도로시로 바꾼 것이 도로롱의 시작이다. 무거운 원작 서사와 한없이 밝은 도로롱의 괴리감이 오히려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 시프트업의 선택: 막지 않고 품다

공식 콘텐츠에 등장한 도로롱
공식 콘텐츠에 등장한 도로롱

요즘 게임사들은 2차 창작을 막기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팬덤의 창작 에너지가 곧 IP의 생명력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시프트업도 이 흐름에 올라탔는데, 한 발 더 나아갔다.

도로롱의 몸통인 '댕댕라'는 원래 소울워커 팬덤에서 만들어진 밈이었다. 시프트업은 이 원본 디자인의 권리를 사들여 도로롱을 완전한 공식 IP로 만들었다. 단순히 팬 창작을 허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돈을 들여 IP 자체를 확보한 것이다.

이후 만우절 이벤트, 2.5주년 기념 영상, 각종 일러스트에 도로롱이 등장했고, 2025년 8월 29일에는 상표등록까지 출원했다. 밈 캐릭터에 이 정도 투자를 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3. 스텔라 블레이드 콜라보: IP 확장의 정점

스텔라 블레이드 x 니케 콜라보 영상에 등장한 도로롱
스텔라 블레이드 x 니케 콜라보 영상에 등장한 도로롱

도로롱의 진가가 드러난 건 스텔라 블레이드와의 콜라보였다. 시프트업의 AAA급 콘솔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와 모바일 게임 니케의 콜라보 티저 영상은 높은 퀄리티로 화제가 됐다.

홍련의 정교한 전투 연출, 귀여운 볼트 등 볼거리가 가득했지만, 모든 화제를 가져간 건 영상 마지막에 등장한 3D 도로롱이었다. 팬들 사이에서는 '앞에 뭐가 나왔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팬이 만든 밈 캐릭터가 AAA급 콘솔 게임 콜라보의 하이라이트가 된 것이다. 이는 도로롱이 단순한 유머 캐릭터를 넘어 니케 IP를 대표하는 상징이 됐음을 보여준다.

4. 전 연령층을 사로잡다: 이모티콘 1위의 의미

카카오톡 이모티콘 전 연령층 1위를 달성한 도로롱
카카오톡 이모티콘 전 연령층 1위를 달성한 도로롱

2025년 12월 16일 출시된 '도로롱의 메리크리스마스' 이모티콘은 12월 17일 집계에서 10대, 20대, 30대, 40대 모든 연령대 인기 1위를 달성했다. 50대 이상에서도 3위를 기록했다. 기존에 출시됐던 '승리의 여신: 니케 도로롱' 이모티콘도 5위로 역주행했다.

같은 날 출시된 도로롱 크리스마스 한정 굿즈는 당일 전량 품절됐다. 서브컬쳐 게임 IP가 대중 영역까지 확장된 대표 사례로 평가받는 이유다.

니케는 출시 이후 GS25(350만 개 판매), 맘스터치, MLB 샌디에이고, 신세계백화점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해왔다. 도로롱은 이런 IP 확장 전략의 핵심 자산이 됐다.

5. 서브컬쳐 운영의 새로운 교과서

일본 거리에서 포착된 도로롱 트럭 - 글로벌 인기를 보여준다
일본 거리에서 포착된 도로롱 트럭 - 글로벌 인기를 보여준다

도로롱 현상이 주는 교훈은 '팬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는 것이다.

시프트업은 도로롱이 퍼지는 걸 지켜만 본 게 아니다. 팬들이 뭘 좋아하는지 관찰하고, 원본 디자인 권리를 확보하고, 공식 콘텐츠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만우절 이벤트, 2주년 기념 영상, 스텔라 블레이드 콜라보까지. 팬들의 애정을 섬세하게 읽고 지원한 결과다.

도로롱은 이제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중국 빌리빌리에서는 '오렌지 도로롱'이라는 파생 밈까지 생겼고, 일본에서는 도로롱 트럭이 거리를 달린다. '니케는 몰라도 도로롱은 안다'는 팬도 있을 정도다. 팬덤의 창작 에너지를 존중하고 함께 키워간 결과물이다.

마치며: 팬덤과 함께 성장하는 IP

서브컬쳐 게임 운영은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다. 팬덤의 기대치는 높고, 작은 실수에도 불이 붙고, 경쟁은 치열하다. 그래서 이 바닥에서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답은 단순하다. 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지원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캐릭터와 팬덤에 진심 어린 애정을 가지고 함께하는 것.

도로롱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서브컬쳐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회사들은 결국 이런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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