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 키우기 확률 잠수함 패치 사태, 보보보의 재현인가
넥슨의 메이플 키우기가 출시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어빌리티 확률 오류를 인지하고도 잠수함 패치로 은폐한 정황이 드러나며 유저 신뢰가 무너졌다. 2021년 메이플스토리 보보보 사태와 닮은 전개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넥슨의 방치형 RPG '메이플 키우기'가 서비스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공격 속도 미적용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확률형 콘텐츠인 어빌리티 시스템의 오류를 인지하고도 몰래 수정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잠수함 패치'로 불리는 이 대응은 유저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2021년 PC 메이플스토리에서 벌어졌던 '보보보 사태'의 재현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매출 1위를 달리던 게임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1. 사건의 전말: 수만 번 돌려도 안 나왔던 '맥스 옵션'
이번 사태의 핵심은 '어빌리티' 시스템이다. 어빌리티는 재화를 소모해 캐릭터의 능력치를 재설정하는 콘텐츠로, 게임 내 확률표에는 최소값과 최댓값이 균등 확률로 등장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출시 직후부터 핵과금 유저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수만 번을 돌려도 최대 수치(Max) 옵션이 절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 유튜버가 공개한 검증 영상에 따르면, 약 3만4000회 이상의 재화를 소모해도 최대 수치는 등장하지 않았다.
의혹을 제기하는 유저들의 문의에 넥슨 측은 '확률에 이상이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2. 잠수함 패치, 그리고 거짓말
전환점은 12월 2일이었다. 별도 공지 없이 진행된 무중단 패치 이후, 갑자기 최대 수치 옵션이 정상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나오지 않던 옵션이 쏟아지듯 나왔다.
넥슨의 공식 조사 결과, 확률 계산식 설정 단계에서 최대 수치 등장 확률을 '이하'가 아닌 '미만'으로 잘못 입력해 해당 수치가 나올 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1월 6일 출시 직후부터 12월 2일까지 약 한 달간 오류가 지속됐다.
문제는 담당 부서가 12월 2일 오류를 인지했음에도 서비스 초기 신뢰 하락을 우려해 공지 없이 수정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유저들에게 사실과 다른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명백한 '유저 기만'이었다.
3. 보보보 사태의 데자뷔
이번 사태는 2021년 PC 메이플스토리에서 터진 '보보보 사태'를 연상시킨다. 당시 넥슨은 큐브 아이템의 인기 옵션인 '보스 몬스터 공격 시 데미지 증가(보보보)' 3줄 조합 확률을 임의로 차단해 논란이 됐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첫째, 확률표에 명시된 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둘째, 유저들의 문의에 '문제없다'고 답했다. 셋째, 문제를 인지한 후에도 공지 없이 수정했다.
보보보 사태 당시 넥슨은 공정위로부터 11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번에도 일부 유저들 사이에서 법적 대응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 넥슨 경영진 사과, "최고 수준의 징계"
넥슨 경영진은 지난 25일에야 해당 사실을 파악했다. 강대현·김정욱 넥슨코리아 공동대표는 26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며 '신뢰를 저버린 중대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두 대표는 "외부 개발사와 협업하는 구조 특성상 실시간 확률 모니터링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아 초기 탐지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해당 책임자에 대해서는 해고를 포함한 최고 수준의 징계를 예고했다.
보상안도 발표됐다. 오류 기간 사용한 '명예의 훈장'은 100% 환급, 유료 구매 재화와 '어빌리티 패스' 구매액은 200%에 해당하는 블루 다이아로 지급한다. 전체 유저에게는 명예의 훈장 10만 개, 미라클 큐브 50개 등이 지급된다.
5. 유저들의 분노,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유저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커뮤니티에서는 "12월 2일에 인지했으면 사과를 하고 보상을 해야지 그걸 은폐하냐", "백번 양보해서 코딩 실수라 쳐도 몰래 잠수함 패치한 건 유저를 기만하는 행위", "이건 본가 환불 사태급 조작"이라는 격앙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공격 속도 프레임 제한 문제는 기술적 한계로 이해할 여지가 있었지만, 확률 오류를 숨기고 유저를 속인 행위는 명백한 사기이자 기만이라는 것이 유저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를 통한 환불 절차 공유가 확산되고 있으며, 일부는 게임물관리위원회 민원 제기 등 집단행동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마치며: 소송 중에 또 터진 확률 논란
이번 사태가 더욱 뼈아픈 이유는 타이밍에 있다. PC 메이플스토리의 보보보 사태는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2024년 11월 대법원이 큐브 구매액의 5%를 환불하라는 판결을 확정했고, 약 1000명 이상이 참여한 단체소송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법적 절차가 한창인 와중에 같은 회사의 다른 게임에서 똑같은 문제가 터진 것이다. '확률 오류 → 문제없다고 답변 → 몰래 수정'이라는 데자뷔가 반복됐다. 보보보 사태 이후 4년, 넥슨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강·김 공동대표는 "향후 신뢰를 훼손하는 경우 투입 비용을 넘어서는 최대치의 보상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저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같은 일을 겪은 넥슨이 과연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