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사막·칠대죄 오리진 3월 동시 출격, 국산 게임 잔혹사를 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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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소드 전액 환불, 헤븐헬즈 구조조정, 가디스오더 파산. 2026년 국산 게임 잔혹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3월 붉은사막과 칠대죄 오리진이 동시에 출격한다. 적자 탈출이 절박한 펄어비스와 역대 최대 실적의 넷마블, 대조적인 두 회사의 승부가 시작된다.

2026년 국산 게임 시장은 출발부터 험난했다. 1월 드래곤소드의 전액 환불 사태, 2월 헤븐헬즈의 출시 열흘 만의 구조조정, 가디스오더의 40일 만의 서비스 종료. 대작을 표방한 게임들이 잇달아 무너지며 "K-게임 잔혹사"라는 말이 업계를 떠돌고 있다. 하지만 3월,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두 장의 카드가 동시에 나온다. 펄어비스의 붉은사막(3월 20일)과 넷마블의 칠대죄 오리진(3월 17일 선공개, 24일 그랜드 론칭)이다.

1. 2026년 국산 게임 잔혹사: 반복되는 패턴

올해 국산 게임의 참패는 단순한 불운이 아니다. 구조적 패턴이 보인다. 하운드13이 개발하고 웹젠이 퍼블리싱한 드래곤소드는 1월 21일 출시 후 한 달도 되지 않아 퍼블리싱 계약이 해지됐다. 미지급 논란, 전 직원 무급휴직, 결제 중단과 전액 환불까지. 웹젠이 투자한 300억 원이 그대로 날아갔다. 클로버게임즈의 헤븐헬즈는 사전등록 글로벌 100만을 돌파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정작 출시 후 iOS 매출 순위는 113위에서 126위로 하락했고 안드로이드에서는 2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출시 열흘여 만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카카오게임즈의 가디스오더는 더 극단적이었다. 출시 40일 만에 업데이트가 중단되고, 개발사가 파산하며 서비스 종료 수순에 들어갔다. 세 게임 모두 같은 패턴을 반복했다. 화려한 사전등록과 마케팅으로 기대감을 끌어올리지만, 완성도 부족으로 초반 이탈이 가속되고, 매출이 급락하면 구조조정이나 서비스 종료로 이어진다. "사전등록 숫자의 함정"이라는 업계의 자조가 나오는 이유다.

2. 붉은사막: 7년의 기다림, 펄어비스의 운명을 건 한 수

붉은사막 오픈월드 AAA 액션 어드벤처 전투 스크린샷 펄어비스
붉은사막 피웰 대륙의 전투 장면

3월 20일 출시되는 붉은사막은 펄어비스가 7년간 개발한 AAA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다. PC, PS5, Xbox, Mac 동시 출시로, 모바일이 없는 순수 콘솔·PC 유료 게임이다. 검은사막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MMORPG가 아닌 싱글 중심의 스토리 드리븐 게임이라는 점에서 완전히 다른 장르를 지향한다.

해외 매체의 반응은 뜨겁다. IGN, 게임스팟, 포브스 등이 "2026년 최고 기대작"이라는 평가를 내놓았고, PS 스토어에서는 '2026년 PS5 최고 기대작'으로 선정됐다. 게임스컴과 각종 시연 이벤트에서 보여준 전투 액션과 오픈월드 스케일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품질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펄어비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영업손실 148억 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적자에 빠졌다. 검은사막의 매출 하락과 신작 부재가 겹친 결과다. 붉은사막은 단순한 신작이 아니라 회사의 생존이 걸린 터닝포인트다. 유료 게임이라는 선택도 양날의 검이다. 초기 매출 확보에는 유리하지만, F2P 기반 라이브 서비스 매출과 비교하면 장기적 수익 구조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5월 출시 예정인 GTA 6와의 시기적 근접성도 부담 요소다.

3. 칠대죄 오리진: 넷마블의 서브컬쳐 승부수

칠대죄 오리진 넷마블 UE5 오픈월드 액션 RPG 게임 스크린샷
칠대죄 오리진 UE5 기반 오픈월드 장면

칠대죄 오리진은 넷마블이 UE5로 개발한 오픈월드 액션 RPG다. 3월 17일 PS5와 스팀으로 선공개하고, 3월 24일 모바일을 포함한 그랜드 론칭을 진행한다. PS5, 스팀, 모바일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하며, F2P 모델을 채택했다. IP는 누적 5,500만 부가 판매된 일곱 개의 대죄 만화를 기반으로 한다.

게임 시스템은 태그 전투와 합기 시스템을 핵심으로, 2인에서 5인까지 파티 멀티플레이를 지원한다. 지스타 2025에서는 시연 부스가 조기 마감될 정도로 현장 반응이 뜨거웠고, 타이베이 게임쇼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한국 서브컬쳐 게임들이 연이어 실패한 가운데, 글로벌 IP의 힘으로 차별화를 노리는 전략이다.

다만 커뮤니티에서는 "게임은 좋은데 넷마블이라서 걱정"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넷마블의 과금 BM(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불안이 근본적인 우려로 자리 잡고 있다. 서브컬쳐 시장에서 원신과 명조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버티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반면 넷마블의 재무 상황은 펄어비스와 대조적이다. 2025년 매출 2조 8,000억 원, 영업이익 전년 대비 63.5% 증가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여유 있는 재무 체력이 칠대죄 오리진의 장기 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4. 3월 경쟁 구도: 직접 충돌보다 국산 게임 총공세

출시 타임라인을 보면, 3월 17일 칠대죄 오리진 선공개, 3월 20일 붉은사막 출시, 3월 24일 칠대죄 오리진 그랜드 론칭으로 일주일 사이에 두 대작이 집중된다. 하지만 두 게임의 직접 경쟁은 제한적이다. 붉은사막은 하드코어 AAA 유료 게임으로 콘솔·PC 코어 게이머를 겨냥하고, 칠대죄 오리진은 서브컬쳐 F2P 모바일 게임으로 타겟 자체가 다르다.

실질적인 경쟁 구도는 각각 다른 곳에 있다. 붉은사막의 진짜 경쟁자는 5월 출시 예정인 GTA 6다. 시기적으로 가까운 AAA 오픈월드 대작끼리의 비교가 불가피하다. 칠대죄 오리진의 경쟁자는 원신, 명조 등 이미 자리 잡은 글로벌 서브컬쳐 게임들이다. 결국 3월의 의미는 두 게임의 직접 대결이 아니라, "국산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동시에 승부를 거는 총공세"에 있다.

더 넓은 맥락에서 보면, K-게임 산업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넥슨과 크래프톤은 매출 1조 원 클럽에 안착하며 안정적 성장세를 보이는 반면, 중소 게임사들은 한파를 맞고 있다. 드래곤소드, 헤븐헬즈, 가디스오더의 실패는 모두 중견 이하 규모의 개발사·퍼블리셔에서 발생했다. 이 양극화 속에서 펄어비스와 넷마블은 각각 다른 위치에서 3월의 승부에 나선다.

마치며: 잔혹사를 끊느냐, 반복하느냐

두 회사의 상황은 극명하게 대조적이다. 펄어비스는 2년 연속 적자 속에서 붉은사막 하나에 회사의 운명을 걸었다. 성공하면 글로벌 AAA 개발사로 도약하고, 실패하면 더 깊은 위기에 빠진다. 넷마블은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탄탄한 기반 위에서 서브컬쳐 시장 공략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칠대죄 오리진이 성공하면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성과가 되고,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회사 전체가 흔들리지는 않는다.

3월이 2026년 국산 게임의 분기점이 될 수 있을까. 드래곤소드와 헤븐헬즈가 보여준 "사전등록 과대 → 완성도 부족 → 급속 몰락"의 패턴을 붉은사막과 칠대죄 오리진이 끊어낼 수 있다면, 올 상반기 국산 게임 시장의 분위기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이 두 게임마저 기대에 못 미친다면 K-게임 위기론은 한층 더 깊어질 것이다. 답은 3월이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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